2018년 7월 3일 화요일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는 선관위?

  우리나라는 몇 년전부터 선거여론조사를 하려면 사전에 설문지와 함께 여론조사 신고서를 관할 선관위에 팩스(시대가 어느 시대인데...쩝)로 신고해야한다. 또한 보도를 하기 전에는 정해진 양식에 맞춰 해당 사이트에 등록을 해야한다. 부정적이고 무분별한 선거여론조사를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인 샘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선거여론조사에 있어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는 결과를 보였다는게 필자 생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질문지 작성과 관련한 규제(선거여론조사기준 제6조)로 인해 후보자 지지도 이외에 다양하고 실험적인 설문 문항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일례로 필자는 후보자 관련 부정적인 루머에 대해 유권자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그 루머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문항을 구성하였다가 지역 선관위로부터 해당 문항 삭제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유와 지지하지 않는 이유 문항도 수정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지지 이유의 보기와 지지하지 않는 이유의 보기가 주관적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설문 문항을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이유 문항의 보기는 가설에 따라 만들어지고 주관적일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결국 해당 문항은 삭제하고 조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발하고 전략적이며 재미있는 설문 개발이 가능하겠는가?



  다음으로 정량조사 이외에 실험조사라던지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한 조사(예를 들면 페이스리더기를 통한 조사 등)를 하여 보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긴 말 하지 않겠다. 실무자로서 이런 조사를 선관위에 어떻게 사전 신고를 해야하고, 또 보도 전에 어떻게 등록해야할지가 막막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규제 속에서 할 수 있는건 소위 경마식 보도라고 불리우는 지지도 조사 뿐이다. 지지도 조사도 물론 쉽지 않다. 경력을 틀리지 않아야하고 후보자를 불러줄 때 로테이션을 하거나 기호순으로 불러줘야한다. 그리고 보기에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와 모르겠다도 반드시 면접원이 불러줘야한다. 그래도 이게 그나마 쉬운 일이다.

  혹시 재미있고 색다른 선거여론조사를 기대하는가? 단언컨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조사를 할 수도 없고, 보도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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