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AAPOR 윤리강령 2026년 개정판 요약

 AAPOR 윤리강령 2026년 개정판 요약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을 때 무엇을 밝혀야 하나

오승호 | 2026년 10월

1. 2026년 6월 개정판

미국여론조사학회(AAPOR)가 「직업윤리·실무강령(Code of Professional Ethics and Practices)」을 개정했다. 문서 첫머리에 '2026년 6월 AAPOR 회원 의결로 개정(As amended by AAPOR members June 2026)'이라고 적혀 있다. 직전 판이 2021년에 확정됐으니 5년 만의 개정이다. 본문은 10쪽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III장 '공개 기준(Standards for Disclosure)'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함께 밝혀야 하는 사항은 공직선거법 제108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의 「선거여론조사기준」이 정한다.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일시, 표본 크기, 응답률, 표본오차 등 12개 항목이다. 미국에는 이런 법이 없다. 언론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는 미국 법체계에서 정부가 기사에 넣을 항목을 정하기는 어렵다. 그 자리를 학회 강령과 언론사 내부 기준이 맡아 왔고, 기준선 노릇을 하는 문서가 AAPOR 강령이다.

강령은 학회 내규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서문은 강령이 회원 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되는 윤리 원칙에 기반하며, 모든 여론·조사 연구자가 이를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쓴다. 한편 연구 설계, 수행, 분석, 보고의 모범 실무(best practices)는 강령의 범위 밖이고 집행위원회가 따로 낸다고 선을 긋는다. 강령이 정하는 것은 조사를 어떻게 하느냐보다 한 일을 어떻게 밝히느냐에 가깝다.

이 글은 2026년판을 장 순서대로 요약하고 2021년판에서 바뀐 대목을 함께 표시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AI 관련 조항이다. 2021년판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2026년판에는 용어 정의부터 공개 기준까지 스무 번 넘게 나온다. 마지막 절에서는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 공표 사항과 간단히 비교했다.

2. 강령의 구성

강령은 서문과 용어 정의, 그리고 I~III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I장은 연구자가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지, II장은 조사를 수행할 때의 주의 의무, III장은 무엇을 공개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장 구성과 조항 번호는 2021년판과 거의 같다. 용어 정의에 항목 하나가 늘었고, III장 A에 12번 항목이 새로 생겼다.

표 1. AAPOR 강령(2026)의 구성

구분

내용

서문

강령의 목적과 회원의 서약.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연구자에게 준수를 기대. 설계·분석의 모범 실무는 강령 범위 밖

용어 정의(4개)

① 여론·조사 연구  ② 참여자와 응답자(사람에 한정)  ③ 여론조사·서베이라는 이름의 사용(신설)  ④ 개인식별정보

I. 연구 책임 원칙

A. 참여자에 대한 책임(6개 조항)

B. 개인식별정보를 수집할 때의 책임(5)

C. 의뢰자에 대한 책임(3)

D. 공중에 대한 책임(3)

E. 직업 공동체에 대한 책임(2)

II. 연구 수행 원칙

A. 설계·표본·도구·자료 처리의 주의 의무(6)

B. 방법과 결과를 III장 기준에 따라 정확히 기술

III. 공개 기준

A. 결과 발표 때 즉시 공개할 항목(12)

B. 요청을 받으면 30일 안에 공개할 항목(7)

C. 데이터셋 접근

D. AAPOR 진정 조사 협조

자료: AAPOR(2026), The Code of Professional Ethics and Practices.

3. 용어 정의: 사람이 답한 것만 여론조사다

2021년판의 용어 정의는 여론·조사 연구, 참여자, 개인식별정보 세 가지였다. 2026년판은 참여자 정의를 고치고 정의 하나를 새로 넣었다. 2021년판은 참여자를 '행동, 인지, 태도 등의 특성이 측정되고 분석되는 개인'으로 정의했다. 2026년판은 '여론 연구의 참여자와 응답자는 사람(human beings)'이라고 분명히 하고 다음 문장을 덧붙였다.

인공지능으로 생성, 추론, 모형화한 응답이나 자료(실리콘 응답, 디지털 트윈, 합성 응답 등)는 연구 '참여자'가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례가 여론 연구라고 내세운 연구에 포함되었다면 인공지능으로 만든 것임을 표시해야 한다. (용어 정의 2)

새로 들어간 정의 3은 이름에 관한 조항이다. 'poll', 'polling', 'survey', 'surveying'과 그 비슷한 말들은 자료의 주된 출처가 사람 응답자라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인공지능이 만든 자료를 가리키는 데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언어모형에 페르소나를 입혀 응답을 생성하는 작업이 '신세틱 서베이', 'AI 서베이', 'AI 여론조사' 같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AAPOR 정의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런 결과물에 '여론조사'나 '서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 강령과 부딪힌다. 다만 강령이 AI 생성 응답을 쓰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쓰더라도 사람의 응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가 알게 하고, 사람의 응답과 섞었다면 섞었다는 사실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III장 공개 기준의 5.a, 5.h, 8.a, 12번 항목에서 구체적인 공개 의무로 이어진다.

4. I장과 II장: 누구에게 무엇을 책임지나

I장 A는 참여자에 대한 책임이다. 참여자에게 해를 끼치거나 굴욕감을 주거나 불필요하게 오도하는 방법을 피하고, 판매나 모금, 정치 캠페인을 조사로 위장하지 않는다. 조사를 가장한 선거운동 전화가 이 조항에 걸린다. 조사 의뢰자나 목적을 거짓으로 알리지 않되, 밝히면 응답이 편향될 수 있는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2026년판은 A.3에 참여 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문장을 넣고, 참여 여부와 문항 응답 여부에 더해 도중에 그만둘지도 강요 없이 정할 수 있다고 고쳤다. 법령과 자료 보유자의 규칙을 따른다는 A.6에는 '인공지능을 사용해 수집하거나 지원받은 자료를 포함해'라는 구절이 붙었다.

B는 개인식별정보를 다룰 때의 책임이다. 수집한 정보를 어디에 쓰는지 정직하게 알리고, 식별자는 필요가 끝나는 대로 폐기하며, 참여자 허락 없이 응답과 개인을 연결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2026년판은 B.3에 '인공지능을 통한 경우를 포함해'라는 구절을 넣고 문장 하나를 더했다. 참여자 정보를 공개할 때 누구나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도구의 능력을 고려해 의도치 않은 사생활 침해를 막을 합리적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공개용 원자료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지웠다고 끝나지 않는다. 거주 지역, 연령, 직업, 주관식 응답을 조합해 AI 도구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 보라는 요구로 읽힌다.

C는 의뢰자에 대한 책임이다. 의뢰자의 독점 정보와 조사 결과를 허락 없이 퍼뜨리지 않고, 역량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만 맡는다. C.2는 결과가 공개될 조사를 맡았다면 의뢰자에게 AAPOR 공개 기준을 알려 주고 보도자료에 무엇을 밝혀야 하는지 정보를 주라고 정한다. 공개 기준을 지키게 할 책임을 조사기관에도 지운 조항이다.

D는 공중에 대한 책임이다. 자기 연구의 오류를 알게 되면 바로잡고, 잘못된 내용이 공개적으로 알려졌다면 처음 공개된 곳과 최대한 비슷한 경로로 정정한다. D.3은 연구 파트너, 공동연구자, 의뢰자가 저지른 사실 왜곡도 조사기관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쓴다. 의뢰자가 결과를 부풀린 보도자료를 냈을 때 조사기관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해석의 차이는 사실 왜곡과 다르므로 전문가로서 판단해 다루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E는 직업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AAPOR 회원이라는 사실을 윤리 실천의 증거로 내세울 수는 있지만 전문 역량의 증거로 내세우지는 말라고 한다. 학회가 회원의 역량을 인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II장은 연구 수행 원칙이다. 연구 질문에 맞는 도구와 분석 방법만 쓰고, 오도하는 결론을 낳는 방법을 알면서 고르지 않으며, 자료와 맞지 않는 해석을 하거나 묵인하지 않는다. 표본으로 모집단을 말할 때는 표집틀과 방법이 뒷받침하는 만큼만 정밀도와 일반화를 주장하고, 자료를 조작하거나 위조하지 않는다. 다른 연구를 인용할 때는 방법론, 내용, 비교 가능성, 출처를 정확히 적는다. 2026년판에서 고친 곳은 II.A.4 한 문장이다. 2021년판은 '자료가 보장하는 것보다 큰 확신'을 내비치지 말라고 했는데, 2026년판은 '자료와 방법론이 보장하는 것보다'로 바꿨다. 같은 숫자라도 어떤 방법으로 얻었느냐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확신이 달라진다는 점을 문장에 넣었다.

5. 공개 기준 A: 결과와 함께 밝힐 12개 항목

III장 서문은 공개의 목적을 '연구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로 정한다. 양적 연구든 질적 연구든 방법론과 상관없이 적용된다. A 항목은 결과를 발표할 때 모두 공개하고, B 항목은 요청을 받으면 30일 안에 내놓는다. 여러 표본이나 여러 모드를 썼다면 각각에 대해 공개한다.

결과를 발표할 때에는 대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함께 의뢰자에게 결과를 넘기는 경우도 들어간다. 보도용 조사가 아니어도 의뢰자에게 주는 보고서에 A 항목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2026년판은 A 항목 머리에 문장 하나를 새로 달았다. 독자가 여러 출처나 링크를 옮겨 다니지 않고도 정보를 볼 수 있게 합리적으로 노력하라는 것이다.

표 2. 즉시 공개 항목(III.A)과 2026년 개정 내용

번호

항목

요구 내용

2026년 개정

1

자료수집 전략

서베이, 포커스그룹, 내용분석 등 자료를 모은 방식

예시에 'AI 보조 면접' 추가

2

의뢰자와 수행기관

의뢰자와 수행 주체. 자금 출처가 의뢰자와 다르면 자금 출처도

변경 없음

3

측정 도구

결과를 보고한 문항의 원문과 제시 방식,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앞 문항·안내문, 면접원·응답자 지시문

AI 면접 스크립트, 챗봇에 준 지시문 공개. '포함해야 한다'에서 '공개해야 한다'로 강화

4

연구 대상 모집단

지역, 연령, 사회·인구 특성, 시기 등 모집단을 정한 규칙. 내용분석은 분석 단위와 자료 출처

내용분석에서 AI로 선정·코딩·분석했는지 추가

5

표본 생성·모집 방법

확률·비확률 여부, 표집틀, 커버리지, 접촉·모집 방법, 할당, 협조 확보 전략과 보상

AI 생성·혼합 표본 명시, 표집틀 설명을 모든 표본으로 확대, AI 응답 생성 방식, 보상 유무 명시, 수행기관이 주지 않은 정보 명시

6

조사 모드

접촉과 수집에 쓴 모든 모드와 사용 언어. 정성조사는 진행 시간

예시에 챗봇, AI 음성비서 추가

7

조사 기간

자료 수집 시작일과 종료일

AI로 분석한 경우 분석 대상 자료의 기간 추가

8

완료 사례수와 정밀도

틀별 완료 사례수, 확률표본의 표본오차와 설계효과 반영 여부, 비확률표본의 정밀도 제시 조건

제목을 '표본 크기'에서 '완료 사례수'로 변경, 사람 응답 수로 한정, 비확률표본의 정밀도 미제시 진술 추가

9

가중 방법

가중치 계산 방법, 사용 변수, 가중 모수의 출처

단계별 기술, 가중하지 않았으면 명시, 여러 틀을 결합했을 때의 처리 추가

10

자료 처리와 품질 관리

주의력 확인 문항, 논리 검토, 불성실 응답 제외, 봇 선별, 중복 응답 방지, 대체와 제외

AI 코딩 여부와 플랫폼명·규칙, 품질 관리를 하지 않았으면 명시 추가

11

한계 진술

측정되지 않은 오차를 인정하는 일반 진술

사용한 AI 도구의 한계 포함

12

AI 사용 공개

AI가 맡은 작업, 사람이 검증한 단계와 방법

신설

자료: AAPOR(2026), AAPOR(2021) 강령 III.A를 대조해 정리.

개정 폭이 큰 항목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번 측정 도구는 결과를 보고한 문항의 정확한 문구와 제시 방식을 요구한다. 보기와 보기 카드, 비네트도 포함되고, 응답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볼 만한 앞 문항이나 안내문, 응답자와 면접원에게 준 지시문도 공개 대상이다. 문항 순서 효과를 독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조항이다. 2026년판은 AI가 진행한 인터뷰의 스크립트를 공개 대상에 넣었고, 지시문을 받은 대상에 '챗봇'을 추가했다. AI 면접원에게 준 프롬프트도 공개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1년판에서 '포함해야 한다(should be included)'였던 표현이 지시문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must also be disclosed)'로 강해졌다.

5번 표본 생성과 모집 방법은 가장 많이 바뀐 항목이다. 하위 항목이 a~g 일곱 개에서 a~i 아홉 개로 늘었다. 머리 문장에는 조사 수행 기관이 정보를 주지 않아 빠진 내용이 있으면 그 사실도 적으라는 요구가 붙었다. 실사를 외부에 맡기고 표본 정보를 받지 못한 경우를 염두에 둔 문장이다.

5.a는 표본이 확률 기반 표집틀에서 나왔는지, 옵트인이나 자원자 같은 비확률 방법으로 모았는지를 명시하라는 조항인데, 선택지에 'AI 생성 표본'과 '여러 유형을 섞은 표본'이 추가됐다. AI 생성 자료와 사람 참여자를 섞었다면 모든 참여자가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가 분명히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5.b는 표집틀 설명이다. 2021년판은 확률표본에만 표집틀 설명을 요구했는데 2026년판은 모든 표본에 요구한다. 명단 표본, 주소 기반 표본, 전화 표본, 소셜미디어, 리버 샘플링, 눈덩이 표집, 응답자 주도 표집, 온라인 패널과 패널 중개 업체를 예로 들고, 비확률표본이라면 어떤 명단, 웹사이트, 소셜미디어에서 모았는지 설명하라고 한다. 업체가 공개한 설명 자료에 링크를 거는 것은 허용된다. 공급 업체 이름과 명단의 성격도 적는다. 확률표본은 여기에 더해 커버리지, 곧 목표 모집단 가운데 설계에서 빠지는 집단을 설명해야 한다(5.c).

5.d는 참여자를 어떻게 접촉하고 선정하고 모집했는지, 적격 조건과 과대표집이 있었는지를 밝히라는 조항이다. 웹조사에서 특히 빠지기 쉬운 내용이다. 표집틀만 적고 조사 URL을 문자로 보냈는지, 앱 푸시로 보냈는지, 패널 메일로 보냈는지를 적지 않으면 같은 '웹조사'라는 이름 아래 성격이 전혀 다른 표본이 섞이게 된다. 5.e는 할당 사용, 5.f는 대면조사의 실사 지역, 5.g는 내용분석의 포함·제외 규칙이다. 새로 생긴 5.h는 AI 생성 응답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라는 조항이다. 5.i는 보상과 인센티브를 줬는지 안 줬는지 명시하라는 조항이다. 2021년판에도 보상 방식을 설명하라는 문장은 있었지만, 주지 않았을 때 주지 않았다고 쓰라는 요구는 2026년판에서 처음 생겼다. 사전 안내, 편지와 스크립트, 거절 전환 접촉 같은 협조 확보 전략과 보상의 지급 수단(직불카드, 기프트카드, 현금)도 공개 대상이다.

8번은 제목부터 바뀌었다. 2021년판의 '표본 크기(Sample Sizes)'가 2026년판에서는 '완료 사례수(Numbers of Completed Interviews)'가 됐고, 8.a는 틀별로 '사람 응답의 수'를 밝히라고 쓴다. AI 생성 사례를 완료 사례수에 섞지 말라는 뜻이다. 8.b는 그대로다. 확률표본이면 표본오차를 보고하고, 그 표본오차와 통계 분석이 가중, 군집 등에 따른 설계효과를 반영했는지 밝힌다.

8.c의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2021년판도 비확률표본은 기반 모형을 어떻게 세웠고 가정을 어떻게 검증했으며 측정치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자세히 설명할 때만 정밀도 측정치를 제시하라고 했다. 2026년판은 여기에 한 문장을 더했다. 모형을 그렇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표본을 비확률 방법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정밀도 측정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진술과 함께 그것이 추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적으라는 것이다. 정밀도를 말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말고 말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라는 요구다. 국내 웹조사 보고서가 관행처럼 '95% 신뢰수준에서 ±3.1%p'를 적는 것과 대비된다.

9번 가중 방법은 두 줄이던 조항이 한 단락으로 늘었다. 선정 확률, 적격성, 무응답에 대한 조정과 사후층화, 레이킹, 모집단 총계 보정까지 단계별로 무엇을 했는지 쓰고, 단계마다 쓴 변수와 가중 모수의 출처를 밝힌다. 가중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여러 자료원이나 표집틀을 결합했다면 가중에서 결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설명한다(9.a). '성·연령·지역별 가중' 한 줄로 끝나는 국내 조사 개요와 비교하면 요구 수준이 꽤 높다.

10번 자료 처리와 품질 관리는 주의력 확인 문항, 논리 검토, 일자 응답자나 지나치게 빨리 끝낸 응답자의 제외, 봇이나 가짜 프로필 선별, 재접촉을 통한 실재 확인, 중복 응답 방지, 대체(imputation)와 제외를 공개하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2021년판과 같다. 2026년판은 코딩을 사람이 했는지, 소프트웨어가 했는지, AI가 했는지 밝히고, 자동 코딩이면 소프트웨어나 AI 플랫폼 이름과 파라미터, 결정 규칙을 적으라고 했다. 주관식 응답 코딩에 대규모 언어모형을 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품질 관리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명시해야 한다.

11번 한계 진술은 모든 연구에 측정되지 않은 오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반 진술을 넣으라는 조항이다. 2026년판은 사용한 AI 도구의 한계도 이 진술에 포함하라고 했다. 새로 생긴 12번은 AI 사용 공개다. 자료 수집이나 처리에 AI를 썼다면 보고서나 방법론 요약에 두 가지를 넣어야 한다. 하나는 AI가 맡은 작업이다. 응답 생성, 면접 진행이나 보조, 자료 정제, 추정치 산출, 코딩과 라벨링 등을 예로 든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AI의 산출물이나 과정을 검증했는지다. 검증 방법을 쓰거나 기존 검증 자료, 플랫폼 제공사의 문서에 링크를 걸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알 수 없거나 정보를 받지 못했다면 그 사실을 적는다.

12개 항목을 다 읽고 나면 2026년판에 되풀이되는 문형이 보인다. '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다고 쓰라', '모르면 모른다고 쓰라'는 문장이다. 가중하지 않았으면 명시(9번), 품질 관리를 하지 않았으면 명시(10번), 보상을 줬는지 안 줬는지 명시(5.i), 수행기관이 정보를 주지 않았으면 명시(5번), AI가 맡은 작업과 검증 방식을 모르면 명시(12번), 패널 정보를 모르면 명시(B.1). 공개 항목이 비어 있으면 독자는 '안 했다'와 '했는데 안 적었다'를 구분할 수 없다. 2026년판은 그 빈칸을 남기지 않도록 문장을 고쳤다.

6. 공개 기준 B: 요청하면 30일 안에 내놓을 항목

B 항목은 결과 발표 때 바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요청을 받으면 30일 안에 내놓아야 하는 정보다. 일곱 개 항목 가운데 내용이 바뀐 것은 1번뿐이다.

표 3. 요청 시 공개 항목(III.B)

번호

항목

내용

1

패널 관리 절차

풀, 패널, 액세스 패널을 썼다면 구성원 관리, 참여, 이탈 관리 절차. 확률·비확률 패널 모두 해당

2026년판에서 세부 예시 추가: 모집(표집틀, 가구 커버리지, AAPOR 패널 모집 응답률, 모집 노력, 전체 패널 규모), 유지(활성 패널 규모, 월평균 초대 횟수, 모집 주기, 재적 기간), 패널북 등. 모르면 명시

2

면접원·코더 교육과 감독

면접원과 코더의 교육 방법, 감독과 모니터링. 기계 코딩이면 기계학습 내용

3

스크리닝 절차

다른 조사 참여 때문에 부적격 처리한 기준 등 스크리닝 세부. 온라인 조사는 라우터 사용 여부

4

자극물

시각 자료, 보기 카드 등. 컴퓨터 자기기입 조사는 화면 캡처 제공을 강하게 권장

5

표본 처리 결과 요약

확률표본의 응답률, 비확률표본의 참여율을 계산할 수 있는 처리 결과. 응답률·협조율을 보고하면 AAPOR 표준 정의로 계산. 제공할 수 없으면 이유를 밝히고 한계로 기재

6

하위집단 비가중 사례수

보고한 하위집단 추정치의 기반이 된 비가중 사례수

7

지수·모형 사양

보고서에 쓴 지수나 통계모형을 재현할 수 있는 사양

자료: AAPOR(2026) 강령 III.B.

응답률이 A가 아니라 B에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AAPOR는 응답률 자체를 결과와 함께 밝히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표본 처리 결과(disposition)를 요약해 내놓게 하고, 그것으로 확률표본의 응답률과 비확률표본의 참여율을 계산할 수 있게 하라고 한다. 응답률이나 협조율을 보고한다면 AAPOR 「표준 정의(Standard Definitions)」에 따라 계산해야 한다. 처리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연구의 한계로 적는다. 문자 발송형 웹조사라면 발송 건수, 접속, 완료, 중도 이탈, 적격 탈락, 할당 마감 종료 같은 결과를 남겨 두면 이 요구에 응할 수 있다.

B.1에 붙은 세부 예시는 온라인 패널을 쓰는 조사에 직접 해당한다. 패널 모집 응답률, 활성 패널 규모, 월평균 초대 횟수는 패널 응답자가 얼마나 조사에 익숙해진 사람들인지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정보다. 국내 온라인 패널 조사가 대개 전체 패널 규모 정도만 밝히는 것과 거리가 있다.

B.6 하위집단 추정치의 비가중 사례수도 국내 관행과 관련이 있다. 국내 결과표는 정치조사를 빼면 가중 사례수만 적는 경우가 많은데, AAPOR는 하위집단 추정치가 실제로 몇 명의 응답에 기반했는지를 요청받으면 내놓으라고 정한다.

7. 데이터셋 접근과 진정 조사

C는 데이터셋 접근이다. 투명성과 재현 가능성을 위해, 요청이 있으면 연구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토하고 검증할 수 있게 데이터셋과 관련 문서를 제공한다는 기대를 회원들이 공유한다고 쓴다. 응답자를 식별할 수 있는 변수는 지운다. 발표 뒤 1년까지는 1차 분석을 위해 공개를 미룰 수 있다. 결과를 공개한 조사를 의뢰한 쪽은, 끝내 데이터를 공개하거나 접근을 허용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밝힐 의무가 있다. 2021년판과 같다.

D는 AAPOR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아 강령 위반 진정에 대한 공식 조사가 시작되면, 다른 연구자가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연구 정보를 추가로 내놓는다는 조항이다. 이것도 바뀌지 않았다. 강령에는 법적 제재가 없다. 강령을 지키게 하는 장치는 학회의 진정 조사와, 그 결과가 알려졌을 때 조사기관이 입는 평판상의 손실이다.

8. 2021년판과 달라진 점

공개 기준 A의 변경은 표 2에 표시했다. 그 밖의 변경을 모으면 표 4와 같다.

표 4. 2021년판 대비 주요 변경(III.A 각 항목 제외)

위치

2021년판

2026년판

용어 정의 2

참여자는 행동·인지·태도 등이 측정되고 분석되는 개인

참여자와 응답자는 사람. AI로 생성·추론·모형화한 응답은 참여자가 아니며, 연구에 포함하면 AI로 만든 것임을 표시

용어 정의 3

없음

여론조사·서베이 등의 이름은 사람 응답이 주된 자료라는 뜻이므로 AI 생성 자료에 쓰지 않음(신설)

I.A.3

참여 여부와 문항 응답 여부를 강요 없이 결정

참여 결정의 자율성 존중. 도중에 그만둘지도 강요 없이 결정

I.A.6

법령과 자료 보유자 규칙에 따라 정보를 수집·이용·공개

AI로 수집하거나 지원받은 자료도 포함

I.B.3

참여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허락 없이 공개하지 않음

AI를 통한 식별 가능성 포함. 정보를 공개할 때 AI 도구의 능력을 고려해 합리적 조치

II.A.4

자료가 보장하는 것보다 큰 확신을 내비치지 않음

자료와 방법론이 보장하는 것보다 큰 확신을 내비치지 않음

III.A 머리

없음

여러 출처와 링크를 옮겨 다니지 않고 정보를 볼 수 있게 노력

III.B.1

패널 구성원 관리, 참여, 이탈 관리 절차

모집·유지 세부 예시 추가, 모르면 명시

III.C, III.D

데이터셋 접근(발표 후 최대 1년 유예), 진정 조사 협조

변경 없음

자료: AAPOR(2021), AAPOR(2026) 강령을 대조해 정리.

변경 사항을 모아 보면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AI다. 용어 정의에서 AI가 만든 자료를 여론조사 밖에 두고, 공개 기준 곳곳에서 AI를 어디에 썼는지 밝히게 했다. 다른 하나는 비확률표본과 '하지 않은 것'의 공개다. 표집틀 설명을 모든 표본으로 넓혔고, 정밀도를 내지 않는 이유와 가중·품질 관리·보상을 하지 않은 사실까지 적게 했다. 2021년판의 상당 부분이 확률표본을 전제로 쓰였다면, 2026년판은 비확률표본과 AI가 섞인 조사가 흔해진 현실을 전제로 다시 쓴 문서다.

9.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 공표 사항과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기준은 결과를 공표·보도할 때 함께 밝힐 12개 항목을 정하고, 이미 공표된 결과를 인용할 때는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일시, 조사방법과 함께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쓰게 한다. AAPOR 2026년판과 나란히 놓으면 표 5와 같다.

표 5. 한국 선거여론조사 공표 사항과 AAPOR 2026 공개 기준

항목

한국 선거여론조사기준

AAPOR 2026

조사의뢰자·조사기관

보도 시 필수

A.2. 자금 출처가 다르면 함께

조사지역·조사대상

보도 시 필수

A.4. 모집단을 정한 규칙

조사일시

보도 시 필수

A.7

조사방법

보도 시 필수

A.6. 모든 접촉·수집 모드와 언어

표본의 크기

보도 시 필수

A.8. 틀별 사람 응답 수

피조사자 선정방법

보도 시 필수

A.5. 표본 유형, 표집틀, 커버리지, 접촉 방법, 할당, 보상

응답률

보도 시 필수

B.5. 요청 시 처리 결과 공개, 보고할 때는 표준 정의로 계산

표본오차

보도 시 필수(조사 방식과 무관)

A.8. 확률표본만. 비확률표본은 모형 설명 또는 미제시 진술

질문내용

보도 시 필수(해당 문항)

A.3. 문항 원문, 앞 문항과 안내문, 지시문

무선전화 응답비율

권고 비율(70%)에 못 미칠 때 표기

해당 조항 없음

가중 방법

보도 사항 아님(여심위 등록 사항)

A.9. 단계별 방법, 변수, 모수 출처

품질 관리

없음

A.10

한계 진술

없음

A.11

AI 사용

없음

A.12

자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기준; AAPOR(2026).

적용 범위와 강제력이 다르다. 우리나라 규정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에만 적용되고, 어기면 과태료 같은 제재가 따른다. 선거와 무관한 조사는 방송에 한해 방송심의규정이 의뢰기관, 조사기관, 조사방법, 조사기간, 오차한계, 응답률, 질문내용과 전체 질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밝히게 한다. AAPOR 강령에는 법적 제재가 없는 대신 주제와 상관없이 공개되는 모든 조사가 대상이고, 의뢰자에게만 보고하는 조사도 포함된다.

응답률과 표본오차는 두 기준이 정반대로 다룬다. 우리나라는 응답률을 결과 옆에 반드시 적게 하지만, AAPOR는 처리 결과를 요청 시 내놓게 하고 응답률을 보고할 때의 계산 방식만 정한다. 응답률 한 숫자보다 그 숫자를 다시 계산할 수 있는 처리 결과를 중시하는 셈이다. 표본오차는 우리나라가 조사 방식과 상관없이 요구하는 반면, AAPOR는 확률표본에만 요구하고 비확률표본은 모형을 설명하지 못하면 제시하지 말라고 한다. AAPOR 기준을 따르면 표본오차를 적기 전에 그 표본을 확률표본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홈페이지 참조'와 '한곳에서 읽게 하라'도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인용 보도에서 나머지 정보를 여심위 홈페이지로 넘기고, AAPOR 2026년판은 독자가 여러 출처와 링크를 옮겨 다니지 않게 하라고 했다. 다만 여심위 홈페이지에는 선거여론조사의 등록 정보와 질문지, 결과표가 한곳에 모여 있다. 미국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이런 등록 저장소가 없다. 등록 제도는 우리나라 제도의 강점이다.

AI 관련 조항은 우리 규정에서 찾기 어렵다. 필자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선거여론조사기준에 AI가 생성한 응답이나 AI 사용 공개를 다룬 조항이 없다. AI 면접원이 진행한 전화조사를 조사방법에 어떻게 적을지, AI로 만든 응답을 사람 응답과 섞은 결과를 여론조사로 볼 수 있는지를 정한 조항도 찾지 못했다. AAPOR 2026년판의 용어 정의 2·3과 공개 기준 12번은 국내 기준을 손볼 때 참고할 만한 문안이다.

끝으로, 국내에서 흔한 문자 발송형 웹조사의 조사 개요를 AAPOR 즉시 공개 항목에 맞춰 적어 보면 표 6과 같다. 우리 관행의 조사 개요보다 길어지는 곳은 표본, 정밀도, 가중, 품질 관리다. 표본 항목에서는 이 표본을 확률표본으로 볼지 비확률표본으로 볼지를 조사기관이 스스로 정해 적어야 한다. 마케팅 수신 동의 명단 안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면 추출 확률은 알 수 있지만, 명단 자체가 일반 국민 전체를 포함하지 못하므로 어느 쪽으로 분류하든 명단에서 빠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이 따라야 한다. 비확률표본으로 분류한다면 표본오차 대신 8.c의 진술을 쓰게 된다.

표 6. AAPOR 즉시 공개 항목에 맞춘 조사 개요 예시(문자 발송형 웹조사)

항목

기재 예시

자료수집 전략

웹 설문조사

의뢰자·수행기관

○○○ 의뢰, ○○○ 수행. 자금 출처가 의뢰자와 다르면 함께 기재

측정 도구

결과를 보고한 문항의 원문과 보기, 앞에 놓인 문항과 화면 안내문. 전체 설문지를 같은 문서에 첨부

모집단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표본

표본 유형(확률 또는 비확률) 명시

표집틀: ○○ 통신사 가입자 가운데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사람. 다른 통신사 가입자와 미동의자는 포함되지 않음

접촉: 통신사가 성·연령·지역 조건으로 대상자를 추출해 조사 URL을 문자로 발송(추출 방식과 발송 건수 기재)

할당: 성·연령·지역. 보상: 지급 여부와 지급 방식

모드·언어

휴대전화 웹 자기기입, 한국어

조사 기간

2026년 ○월 ○일~○월 ○일

완료 사례수·정밀도

완료 ○,○○○명. 확률표본으로 분류하면 표본오차와 설계효과 반영 여부, 비확률표본으로 분류하면 정밀도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와 추론에 미치는 영향

가중

성·연령·지역 레이킹(림 가중), 2026년 ○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가중하지 않았으면 그렇다고 기재

품질 관리

중복 응답 차단 방식, 응답 시간 기준 제외 여부, 주관식 코딩 주체(사람 또는 AI). 하지 않았으면 그렇다고 기재

한계

명단에서 빠지는 사람과 무응답으로 생길 수 있는 오차

AI 사용

사용하지 않았으면 그렇다고 기재. 사용했다면 맡긴 작업과 검증 방법

주: 필자가 AAPOR(2026) III.A 항목에 맞춰 작성한 예시. ○ 표시는 실제 조사에서 채울 값.

AAPOR 강령은 법이 아니어서 어겨도 과태료가 없다. 그 대신 적용 범위가 넓고, 무엇을 했는지와 함께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까지 적게 한다. 우리 공표 기준이 응답률과 표본오차 같은 숫자 몇 개를 결과 옆에 붙이는 데 힘을 써 왔다면, AAPOR 2026년판은 독자가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다시 따라가 볼 수 있게 하는 데 힘을 쓴다.

참고 자료

AAPOR (2026). The Code of Professional Ethics and Practices (As amended by AAPOR members June 2026). https://aapor.org/wp-content/uploads/2026/06/AAPOR-2026-Code-of-Ethics-Final-.pdf

AAPOR (2021). The Code of Professional Ethics and Practices. https://aapor.org/wp-content/uploads/2022/12/AAPOR-2020-Code_FINAL_APPROVED.pdf

AAPOR. Disclosure Standards. https://aapor.org/standards-and-ethics/disclosure-standard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기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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