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문항, 어떻게 묻고 어떻게 집계할 것인가
조사표 설계에서 순위형 문항의 자리
선호를 묻는 문항 형식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만
고르게 하는 단일선택,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고르게 하는 복수응답, 그리고
좋아하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게 하는 순위 문항이다. 이 중 순위 문항은 조사표 안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단일선택보다 정보가 많고 복수응답보다 정교하지만, 응답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만큼 많다. 후보 정책 스무 개를 놓고 우선순위를 매겨 달라는 요청은 응답자 입장에서
상당한 노동이다. 그래서 순위 문항은 쓸 때마다 두 가지 질문이 따라붙는다. 몇 순위까지 물을 것인가, 그리고 받은 순위를 어떻게 집계할 것인가.
몇 순위까지 물을 것인가
교과서적으로는 항목 전체에 순위를 매기게 하는 완전 순위와 상위 몇 개만 고르게 하는
부분 순위로 나뉜다. 실무의 답은 대체로 부분 순위, 그것도 1순위와 2순위, 많아야 3순위까지다. 이유는 응답 품질에 있다. 항목이 예닐곱 개를 넘어가면 하위 순위는 사실상 무작위에 가까워진다. 응답자는
위쪽 두세 개는 진지하게 고르지만, 다섯째와 여섯째의 차이에는 별 생각이 없다. 그렇게 받은 하위 순위를 분석에 쓰면 잡음을 신호로 착각하게 된다. 어차피
못 쓸 데이터라면 처음부터 묻지 않는 편이 응답 부담도 줄이고 중도이탈도 막는다.
모바일 웹 조사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 커진다.
PC 화면에서는 항목을 끌어다 놓는 드래그 방식이 그럭저럭 작동하지만, 스마트폰의 좁은
화면에서 드래그는 오작동과 이탈의 원인이 된다. 순위 개수만큼 문항을 쪼개서 1순위를 고르게 하고, 남은 항목 중에서 2순위를 고르게 하는 순차 선택 방식이 모바일에서는 안정적이다. 이
방식은 화면상 단일선택 문항 두 개와 같아서 응답자 학습 비용이 없고, 1순위로 고른 항목이 2순위 선택지에서 자동으로 빠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논리 오류도 차단된다. 대신
문항 수가 늘어나는 만큼 순위를 세 개 이상 받는 것은 다시 부담이 된다. 모바일 조사에서 1, 2순위 정도로 끊는 관행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제시 순서 효과도 순위 문항에서 유난히 크다. 목록형
문항은 어떤 형식이든 앞쪽 항목이 유리한 초두효과를 갖지만, 순위 문항은 응답자가 목록을 여러 번 훑어야
하므로 피로가 쌓일수록 앞쪽 항목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항목 제시 순서의 로테이션은 순위 문항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순위와 1+2순위, 실무
집계의 기본형
순위를 받아 놓고 나면 집계 방법을 정해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두 가지 수치를 나란히 놓는 것이다. 1순위 응답 비율, 그리고 1순위와 2순위를
합친 비율이다. 1+2순위 비율은 각 항목이 응답자의 상위 두 순위 안에 든 비율이므로 합계가 100%를 넘는다는 점만 명시하면 해석에 아무 무리가 없다.
이 두 수치는 각각 다른 것을 보여준다. 1순위
비율은 지지의 강도다. 그 항목을 첫손에 꼽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말해준다. 1+2순위 비율은 지지의 폭이다. 첫손은 아니어도 수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까지 포함한 범위다. 두 수치의 격차가 곧 정보다. 1순위에서는
앞서는데 1+2순위에서 따라잡히는 항목은 좋아하는 사람은 확실하지만 확장성이 없는 항목이고, 1순위는 낮은데 1+2순위에서 치고 올라오는 항목은 두루 무난하게
받아들여지는 항목이다. 단일선택 문항이었다면 전자만 보였을 것이고, 복수응답
문항이었다면 둘이 구분되지 않았을 것이다. 순위 문항의 값어치는 사실 이 두 수치의 대비에서 대부분
실현된다.
보고서에 담을 때는 1+2순위 비율을 기준으로
항목을 정렬하고 1순위 비율을 병기하는 편이 읽기 좋다. 상위
순위 안에 들어오는 폭이 대개 의사결정에 더 유용한 정보이고, 강도가 궁금한 독자는 병기된 1순위 열에서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중치를 주는 방법들
순위 정보를 더 쓰고 싶다면 순위별로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방법이 있다. 고전적인 것이 보르다 카운트다. 항목이 n개일 때 1순위에 n점, 2순위에 n-1점 하는 식으로 점수를 배정해 합산한다. 실무에서는 항목 수와 무관하게 1순위 2점, 2순위 1점처럼
단순화한 변형이 흔하다. 1순위 1점, 2순위 2분의 1점, 3순위 3분의 1점처럼
조화수열로 감쇠시키는 다우달 방식도 있는데, 상위 순위의 비중을 크게 잡고 싶을 때 쓴다.
가중 합산의 약점은 가중치 자체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2순위가 1순위의 절반 가치라는 판단은 분석자의 결정이지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가중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항목 서열이 뒤집히는 경우가 실제로 생기고, 그때 어느 서열이 맞느냐는 질문에 답할 방법이 없다. 결과 수치의
해석도 어렵다. 보르다 점수 3.2점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는 아무도 직관적으로 알지 못한다. 비율로 표현되지 않는 수치는 보고서 밖으로 나가는 순간 소통에
실패한다.
가중치 문제를 데이터 쪽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 순위
로짓 모형, 혹은 플래킷-루스 모형은 순위를 매기는 행위를
연속된 선택으로 본다. 응답자가 전체 중에서 1순위를 고르고, 남은 것 중에서 2순위를 고른다는 과정을 모형화해서 각 항목의 효용을
추정하는 것이다. 점수를 분석자가 정하지 않고 추정한다는 면에서 보르다류보다 정당화가 되고, 개인 수준의 선호 파라미터가 나오므로 세분화 분석이나 다른 변수와의 결합도 가능하다. 다만 일반 보고서에 넣기에는 설명 비용이 크고, 상위 두어 순위만
받은 부분 순위 데이터에서는 추정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제한적이다.
순위 문항 자체의 대안으로는 맥스디프가 있다. 항목을
몇 개씩 묶은 세트를 여러 번 보여주고 매번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만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순위를
매기는 부담 없이 개인별 선호 점수를 얻을 수 있어 상품 컨셉 평가나 항목이 많은 우선순위 조사에서 쓰임새가 있다. 대신 세트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므로 문항 수가 늘어나, 짧게 끝내야
하는 모바일 조사에는 부담스럽다.
복잡한 방법이 필요한 경우
그렇다면 언제 단순 집계로 충분하고 언제 가중이나 모형이 필요한가. 갈림길은 분석의 목적이 묘사인가 판정인가에 있다.
공표를 전제로 한 조사, 여러 독자가 읽는
보고서라면 답은 거의 언제나 단순 집계다. 1순위와 1+2순위
비율은 통계표만 있으면 누구든 따라 계산할 수 있고, 분석자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시비에 강하다. 결과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다투는 조사일수록 이 검증 가능성의 가치는 커진다.
여론조사에서 순위 문항을 물어 놓고도 정작 분석은 단순 집계로 끝내는 관행은 게으름이 아니라 합리적인 균형이다.
반면 조사 결과로 하나를 골라내야 하는 상황은 다르다. 공모작 선정, 내부 안건 채택, 정책
과제 확정처럼 최종 산출물이 순위표가 아니라 단일한 선택이라면, 단순 집계가 동률을 만들 때 이를 처리할
규칙이 미리 있어야 한다. 이때는 보르다든 다른 방식이든 사전에 합의된 계산식이 뒷말을 막는 장치가
된다. 여기서는 계산식의 복잡함이 공정성의 근거로 작동한다.
항목이 많아 변별이 필요할 때도 점수화가 유용하다.
정책 과제 스무 개의 우선순위를 가리는 조사에서 1+2순위 비율만 보면 상위 서너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한 자릿수 비율로 깔려 구분이 되지 않는다. 담당 부서 입장에서는 자기 사업이 12위인지 15위인지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 중하위권의 서열은 전체 순위를 점수화해야 세워진다. 이런 보고서라면
본문에는 1순위와 1+2순위를 싣고, 점수 합산에 의한 종합 서열은 산식을 명시한 별도 표로 제시하는 이원 구성이 무난하다.
마지막으로 개인 수준의 분석이 필요할 때다. 1+2순위
비율은 집단 수준의 요약이라, 어떤 응답자가 어떤 항목을 선호하는지를 다른 변수와 연결하거나 응답자를
선호 유형별로 나누려면 개인별 점수를 산출하는 모형 기반 접근이 있어야 한다. 이 단계는 학술 분석이나
컨조인트 계열의 상품 조사에서 요구되는 것이고, 통상의 실태조사나 인식조사에서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정리
순위 문항의 실무 지침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설계에서는
상위 두 순위, 필요하면 세 순위까지만 받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순차 선택 방식으로 구현하며, 제시 순서는 반드시 로테이션한다. 집계에서는 1순위 비율과 1+2순위 비율을 기본으로 하되, 해석의 무게는 1+2순위에 둔다.
가중 합산과 모형 추정은 결과로 무언가를 판정해야 하거나, 항목이 많아 중하위 서열까지
필요하거나, 개인 수준 분석이 목적일 때 꺼내 쓰는 도구다. 순위
데이터는 받아두면 사후에 여러 방식으로 재계산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보고서에는 단순하게 싣더라도
데이터는 순위 그대로 보존해 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