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Based Underpinnings of Survey Nonresponse"에 대한 리뷰

 

서론: ‘누가 응답하지 않는가’를 넘어 ‘왜 응답하지 않는가’로

수십 년간 전 세계의 설문조사 연구자들은 끝없이 하락하는 응답률과 그로 인한 ‘비응답 오차(Non-response Error)’ 문제와 싸워왔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주로 ‘누가(What)’ 응답하지 않는지(예: 저학력, 고령층 등)를 파악하고, 이를 통계적 가중치(Weighting)로 ‘어떻게(How)’ 보정할 것인지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 "설문 비응답의 심리적 및 성격 기반 토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랫동안 간과되어 온 근본적인 질문, 즉 사람들은

‘왜(Why)’ 설문조사에 응답하거나 응답하지 않는지를 심리학적, 성격적 특성에서 찾으려는 중요한 시도를 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NORC 소속 연구진이 수행한 이 연구는, 전통적인 ‘빅 파이브(Big Five)’ 성격 유형을 넘어, 나르시시즘, 권위주의, 신뢰 등 훨씬 더 광범위한 20개의 심리적 척도를 사용하여 어떤 성격적 특성이 설문 참여도와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통해 비응답자의 심리적 프로파일을 이해하고, 이들을 설득할 더 효과적인 메시지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 설계의 강점: 확률 기반 패널과 정교한 측정 방식

이 연구의 신뢰성은 무엇보다도 탄탄한 연구 설계에 기반합니다.

첫째, 연구는 미국 가구의 97% 이상을 포괄하는 NORC의 국가 표본 프레임에서 확률 기반으로 추출된 **‘아메리스피크(AmeriSpeak) 패널’**의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만 모여 있을 수 있는 비확률 온라인 패널과 달리,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강점입니다.

둘째, 연구의 핵심 결과 변수인 ‘설문 참여도’를 매우 정교하게 측정했습니다. 단순히 특정 설문에 참여했는지 여부(Yes/No)를 본 것이 아니라, 5,818명의 패널이

심리 측정 설문 이전 6개월 동안 초대받은 수십에서 수백 개의 설문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얼마나 참여했는지 그 ‘평균 참여율(mean participation rate)’을 계산했습니다. 이는 한 사람의 일관된 응답 성향을 훨씬 더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셋째, 독립 변수인 심리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기존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고 검증된 척도들을 활용하였으며, 총 20개에 달하는 다양한 특성을 포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어떤 성격의 사람이 설문에 더 참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존의 단편적인 연구들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신뢰도를 가진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주요 연구 결과: 응답과 비응답을 가르는 심리적 특성들

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구체적인 분석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각 심리 척도가 설문 참여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두 가지 모델의 회귀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모델 1은 각 심리 척도와 참여율 간의 단순 관계를, 모델 2는 여기에 연령, 성별, 인종, 교육수준 등 전통적인 가중치 변수들을 통제하여 그 효과를 관찰했습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설문 참여에 가장 부정적인 특성: 단연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였습니다. 특히 나르시시즘은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척도가 1점 증가할 때마다 평균 참여율이 15%씩 감소하는 강력한 예측력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성향이 설문 참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심리적 장벽임을 시사합니다. 의외로 외향성(Extroversion),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공동체주의(Communalism)가 높은 사람들도 참여율이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 설문 참여에 가장 긍정적인 특성: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 높은 사람일수록 설문에 더 꾸준히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스스로 **‘정치적 통제력을 잃었다(Political Uncontrol)’**고 느끼는 사람들, 즉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려는 동기에서인지 더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 가중치의 효과: 신뢰(Trust), 정직-겸손(Honesty-Humility), 개방성(Openness), 친화성(Agreeableness) 등 많은 긍정적 특성들은 모델 1에서는 유의미한 예측력을 보였지만, 모델 2에서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을 통제하자 그 영향력이 사라졌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가중치 부여 방식이 이러한 일부 심리적 편향을 어느 정도 보정해주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이나 권위주의와 같은 핵심적인 변수들은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력을 유지하여, 가중치만으로는 모든 심리적 비응답 편향을 해결할 수 없음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연구의 함의와 한계: ‘맞춤형 설득’의 가능성과 ‘생존자 편향’의 문제

이 연구 결과는 설문조사 실무에 중요한 함의를 던집니다. 비응답자들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한다면, 이들의 성향에 맞춰 설득 메시지를 다르게 구성하는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비응답자에게는 조사의 공신력이나 기관의 권위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정치적 무력감이 큰 비응답자에게는 “당신의 의견이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스스로 연구의 중요한 한계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이 연구는

기존 아메리스피크 패널에 남아있는 ‘생존자’들만을 대상으로 심리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즉, 패널 활동 초기에 이미 이탈해버린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은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초기에 이탈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나르시시즘이나 불신 성향을 가졌다면, 이 연구의 결과는 실제보다 약하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에서는 먼저 심리 조사를 진행한 뒤, 그 사람들의 미래 참여 행태를 추적하는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총평: 비응답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중요한 첫걸음

Dutwin과 동료들의 이 연구는 설문 비응답이라는 오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통계학적 특성이라는 익숙한 길을 벗어나 응답자의 내면, 즉 심리와 성격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탐험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학술적 기여를 합니다. 특히 나르시시즘과 권위주의가 비응답의 강력한 예측 변수임을 밝혀낸 것은, 비응답 문제를 단순히 ‘귀찮음’이나 ‘무관심’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물론, 저자들이 인정한 연구의 한계점은 분명하며, 이 결과가 미국 사회의 맥락을 넘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은 응답률 하락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속에서 우리가 왜 응답자의 심리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새로운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 연구는 비응답 연구 분야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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