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 설계를 위한 질문 유형의 모든 것: 속성, 행동, 인지, 태도
1. 측정의 기초: ‘누구인가?’를 묻는 인구통계·속성 질문
모든 분석의 가장 기본이 되는 토대로, 응답자가 ‘누구’인지, 어떤 객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이는 조사의 주인공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과 같으며, 다른 모든 응답을 해석하는 데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주요 역할: 이 질문들은 그 자체로 연구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다른 질문들의 응답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핵심적인 ‘분석 변수(variable)’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의견 차이’, ‘연령대별 만족도 차이’, ‘소득 수준에 따른 정책 지지율 차이’ 등을 분석하여, 어떤 집단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인구통계학적 속성(Demographics): 개인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예) 귀하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예) 실례지만, 귀하의 출생연도는 언제입니까?
(예)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은 어디입니까? (시/도)
사회경제학적 속성(Socioeconomics):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나타냅니다. 이 질문들은 민감할 수 있어, 범주형으로 묻거나 설문 후반부에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 귀하의 최종 학력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합니까?
(예) 귀하의 직업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합니까?
(예) 귀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대략 어느 정도입니까?
소유 및 상태 속성: 특정 제품의 소유 여부나 현재 상태 등 사실관계를 묻습니다.
(예) 현재 댁에서 구독하고 계신 신문이나 잡지가 있으십니까?
(예) 현재 자가 주택에 거주하고 계십니까, 혹은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계십니까?
2. 객관적 사실의 기록: ‘무엇을 했는가?’를 묻는 행동 질문
응답자의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한 ‘과거의 행동’이나 ‘현재의 습관’**에 대해 묻는 질문입니다. 이는 응답자의 머릿속 생각이 아닌, 실제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사실(Fact)’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주요 역할: 시장의 크기를 추정하거나, 제품의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특정 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는 등, 실제 행동에 기반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사용됩니다.
측정 시 유의점: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회상 편향(Recall Bias)’**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오래되거나 사소한 일일수록 기억은 왜곡됩니다. 따라서 질문의 기간을 ‘지난 1주일’, ‘지난 1개월’처럼 구체적이고 짧게 한정하거나, 응답자가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경험 유무: “귀하는 최근 1년 내에 A 항공사를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까?”
행동 빈도: “귀하는 지난 일주일 동안, 아침 식사를 며칠이나 하셨습니까?”
행동 시점: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하신 것은 언제쯤입니까?”
행동량/금액: “지난 한 달간, 온라인 쇼핑으로 지출하신 금액은 대략 얼마입니까?”
3. 미래에 대한 예측: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행동의향 질문
행동 질문의 특수한 형태로, 미래에 특정 행동을 할 의향이나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주요 역할: 신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예측하거나,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가능성을 점치고, 고객의 이탈 가능성을 예측하는 등, 미래 상황을 전망하고 대비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측정 시 유의점: **‘의향-행동 간극(Intention-Behavior Gap)’**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하겠다고 말한 대로 항상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거나, 현재의 기분에 따라 과장해서 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의향 측정 결과는 실제 행동의 ‘예측치’일 뿐, ‘확정된 미래’가 아님을 인지하고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구매 의향: “귀하는 내년에 출시될 B사의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얼마나 있으십니까?”
추천 의향 (NPS): “귀하께서는 C 서비스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십니까? (0점~10점)”
참여 의향: “다음 달에 열리는 지역 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투표 의향: “만약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D 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4. 마음의 지도를 그리다: ‘무엇을 아는가?’를 묻는 인지 질문
응답자가 특정 주제나 대상(브랜드, 정책, 인물 등)에 대해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지식이나 인지의 수준을 측정하는 질문입니다.
주요 역할: 광고 및 PR 캠페인의 효과를 측정하거나, 브랜드의 시장 내 위치(마인드 점유율)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진단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비보조 인지(Unaided Awareness): 아무런 보기 없이, 응답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을 묻습니다.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초 상기도, Top-of-Mind)
(예) ‘탄산음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하나만 말씀해주십시오. [________]
보조 인지(Aided Awareness): 여러 브랜드를 보기로 제시하고,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을 모두 고르게 합니다. 최소한의 인지도 수준을 측정합니다.
(예) 다음 탄산음료 브랜드 중,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 브랜드를 모두 골라주십시오. [①코카콜라 ②펩시 ③칠성사이다 …]
사실 지식(Factual Knowledge):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일종의 ‘퀴즈’ 형태의 질문입니다.
(예)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
5. 주관적 세계의 탐험: ‘어떻게 느끼는가?’를 묻는 태도·감정 질문
가장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형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응답자의 주관적인 생각, 느낌, 평가, 판단 등 내면의 상태를 묻는 질문입니다.
주요 역할: 고객 만족도, 브랜드 선호도, 정책 지지도, 광고 효과 평가 등 마케팅과 정책 수립에 필요한 거의 모든 핵심적인 심리적 데이터를 얻는 데 사용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각 개념의 고유한 특성에 맞는 ‘개별맞춤형’ 5점 혹은 7점 척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평가(Evaluation): 좋다/나쁘다, 긍정적/부정적 등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 판단을 묻습니다.
(예) A 정당의 최근 활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① 매우 부정적 ~ ⑤ 매우 긍정적]
만족도(Satisfaction): 특정 경험이나 대상의 속성에 대한 만족의 정도를 묻습니다.
(예) 최근 이용하신 KTX 열차의 ‘좌석 편안함’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① 매우 불만족 ~ ⑤ 매우 만족]
선호도(Preference): 여러 대상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그 정도를 묻습니다.
(예) 귀하께서는 ‘디자인 A’와 ‘디자인 B’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6. 사회적 가치의 측정: ‘무엇이 옳다고 믿는가?’를 묻는 신념·가치관 질문
태도 질문보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응답자가 가진 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신념, 가치관, 이념에 대해 묻는 질문입니다.
주요 역할: 응답자들을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누는 ‘시장 세분화’나, 특정 사회적 쟁점에 대한 여론의 근본적인 지형을 파악하는 데 사용됩니다.
측정 시 유의점: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다루므로, 응답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이나 진술문을 통해 질문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때 ‘동의/비동의’ 척도가 종종 활용되지만, 앞서 논의한 ‘순응 편향’의 위험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세부 분류 및 예시:
정치 이념: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 혹은 보수 등으로 표현합니다. 귀하께서는 스스로 어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십니까?”
사회적 가치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등’이라는 두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비 가치관: “물건을 구매할 때, 저는 가급적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 ⑤ 매우 그렇다]
7. 실패를 예방하는 법, 사전조사: 질문지를 검증하는 핵심 과정
(이전 글의 아이템 9 내용과 동일. 사전조사의 중요성과 방법론을 상세히 서술)
결론: 목적에 맞는 질문의 전략적 조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설문지의 질문들은 각기 다른 목적과 역할을 가진 정교한 부품들과 같습니다. 하나의 잘 짜인 설문지는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질문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완성됩니다.
1단계: 인구통계/속성 질문으로 응답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2단계: 행동 질문으로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며,
3단계: 인지 질문으로 그들이 ‘무엇을 아는지’를 측정하고,
4. 단계: 마지막으로 태도/가치관 질문을 통해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 그 내면의 이유를 심층적으로 탐색합니다.
성공적인 설문 설계를 위한 첫걸음은, 내가 지금 알아내려는 것이 이 중 어떤 유형의 정보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연구의 목적에 맞는 올바른 유형의 질문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단어와 척도를 사용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응답자의 머릿속에 있는 진실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모든 조사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핵심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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