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척도 설계의 핵심, 단극형과 양극형 제대로 이해하기

 서론: 마음을 재는 자(尺), 모든 것의 시작

우리는 일상에서 키나 몸무게처럼 명확한 단위를 가진 것들을 측정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만족도’, ‘동의 수준’, ‘행복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척도(Scale)’가 등장합니다. 척도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숫자로 변환하여 분석할 수 있게 만드는 약속이자, 마음을 재는 ‘자’입니다.

수많은 척도 중에서도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는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척도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갈림길이 바로 '단극형(Unipolar)'으로 만들 것인가, '양극형(Bipolar)'으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 선택에 따라 질문의 본질과 얻게 되는 데이터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두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그 세계로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1. 하나의 극, 깊이를 탐험하다: 단극형 척도의 세계

단극형 척도는 이름 그대로 하나의 극(Uni-pole)을 가진 척도입니다. 즉, 측정하려는 하나의 특정 속성이 ‘전혀 없음(0)’에서부터 ‘최대치’까지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 강도(Intensity)나 양(Amount), 빈도(Frequency)를 측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마치 물컵에 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0)에서부터 가득 찬 상태(100)까지를 재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 원리 단극형 척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절대적인 0점(Zero Point)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0점은 측정하려는 속성이 ‘완전히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노력’을 측정한다면 ‘전혀 노력하지 않음’이 0점이 되고, 척도의 반대편 끝은 ‘노력이 최대치에 달함’을 의미합니다. ‘노력하지 않음’의 반대 개념인 ‘게으름’이 척도의 다른 쪽 끝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주요 사용 예시 단극형 척도는 주로 ‘얼마나’라는 질문에 답할 때 유용합니다.

  • 노력: 귀하는 이 과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 ①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② 별로 노력하지 않았다 ③ 어느 정도 노력했다 ④ 매우 많이 노력했다

  • 빈도: 귀하는 아침 식사를 얼마나 자주 하십니까?

    • ① 전혀 하지 않는다 ② 거의 하지 않는다 ③ 주 1~3회 한다 ④ 주 4회 이상 한다 ⑤ 매일 한다

  • : 귀하는 지난 일주일간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느꼈습니까? (2024 사회조사표 문항 11)

    • ① 전혀 느끼지 않았다 ② 느끼지 않은 편이다 ③ 느낀 편이다 ④ 매우 많이 느꼈다

단극형과 중간 척도 이론적으로 단극형 척도에서 ‘보통이다’라는 중간 척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은 양극단의 중간인 ‘중립’의 의미가 강한데, 단극형 척도에는 반대쪽 극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간값을 넣고 싶다면, ‘보통이다’보다는 ‘중간 정도 ~했다’처럼 강도를 나타내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명확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단극형 척도는 응답의 모호함을 피하기 위해 아예 중간점이 없는 4점 척도로 설계되기도 합니다.

2. 두 개의 극, 대립 속 균형을 찾다: 양극형 척도의 세계

양극형 척도는 서로 명확하게 대립하는 두 개의 극(Bi-pole)을 양 끝에 두고, 그 사이의 스펙트럼에서 응답자의 입장이나 태도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측정합니다. 마치 시소의 양 끝에 ‘만족’과 ‘불만족’이 앉아 있고, 응답자가 그 시소의 어느 지점에 앉을지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핵심 원리 양극형 척도의 핵심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개념 사이의 연속선이라는 점입니다. ‘만족’의 반대는 ‘만족하지 않음(0)’이 아니라, ‘불만족’이라는 명백한 반대 감정입니다. 따라서 양극형 척도는 필연적으로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을 전제합니다. (예: 동의 vs 반대, 긍정 vs 부정, 좋음 vs 나쁨)

주요 사용 예시 양극형 척도는 주로 특정 대상에 대한 ‘평가’나 ‘태도’, ‘입장’을 물을 때 사용됩니다.

  • 만족도: 현재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 (2024 사회조사표 문항 1)

    • ① 매우 불만족한다 ② 약간 불만족한다 ③ 보통이다 ④ 약간 만족한다 ⑤ 매우 만족한다

  • 동의 수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2024 사회조사표 문항 44)

    • ① 전적으로 반대한다 ② 약간 반대한다 ③ 약간 동의한다 ④ 전적으로 동의한다

  • 평가: 우리 사회의 결혼식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4 사회조사표 문항 45)

    • ① 매우 과도한 편이다 ② 약간 과도한 편이다 ③ 보통이다 ④ 약간 간소한 편이다 ⑤ 매우 간소한 편이다

양극형과 중간 척도 양극형 척도에서 중간 척도인 ‘보통이다’는 매우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역할을 합니다. 이는 양쪽 극단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진정한 중립(Neutral) 지점을 의미합니다. ‘만족하지도, 불만족하지도 않는 상태’,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상태’를 나타내므로, 응답자에게 균형 잡힌 선택지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3. 가장 큰 혼란의 지점: 중간 척도의 역할과 진실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이유는 바로 이 ‘중간 척도’의 존재와 역할 때문입니다. “어디에는 ‘보통이다’가 있고, 어디에는 없는가?”라는 질문이 혼란의 핵심입니다.

  • 양극형에서의 중간 척도(보통이다): 이는 **‘균형점’ 또는 ‘중립점’**입니다. 시소의 정중앙, 저울의 수평 상태를 의미하며, 양쪽 극단의 힘이 정확히 0이 되는 지점입니다. 따라서 양극형 척도에서 ‘보통이다’는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택지입니다.

  • 단극형에서의 중간 척도(보통이다): 이는 **‘중간 강도’**를 의미합니다. 물컵에 물이 절반쯤 차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보통이다’라는 단어 자체가 ‘중립’의 의미를 강하게 풍기기 때문에, 응답자에게 ‘중간 강도’의 의미로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중간 정도’, ‘어느 정도’와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중간점을 없앤 4점 척도를 사용하는 것이 더 명확한 방법으로 권장됩니다. (2024 사회조사표의 문항 13 ‘암에 대한 두려움’ 척도가 ‘보통이다’를 포함한 단극형으로 설계되어 비판의 소지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강제 선택(Forced Choice)’ 기법 연구자는 때때로 응답자가 ‘보통’이나 ‘중립’ 뒤에 숨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응답자의 태도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싶을 때, 의도적으로 중간 척도를 제거한 4점 척도나 6점 척도를 사용합니다. 이를 ‘강제 선택’ 기법이라고 하며, 응답자는 어쩔 수 없이 긍정 혹은 부정의 방향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4. 무엇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 올바른 척도 선택을 위한 최종 가이드

이제 우리는 두 척도의 개념과 특징을 모두 이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척도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전 가이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나의 질문은 무엇을 재려고 하는가? 척도를 선택하기 전, 스스로에게 아래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1. 하나의 개념이 얼마나 있는지(How much?)를 측정하고 싶은가?

    • 그렇다면 단극형 척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 (예: 스트레스의 양, 노력의 정도, 학습 시간)

  2. 서로 다른 두 개념 사이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Which direction?)를 측정하고 싶은가?

    • 그렇다면 양극형 척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 (예: 만족 vs 불만족, 동의 vs 반대, 긍정적 vs 부정적 평가)

구분단극형 (Unipolar)양극형 (Bipolar)
핵심 개념하나의 속성의 강도, 양, 빈도두 개의 대립하는 속성 사이의 위치, 태도
구조0(없음)에서 시작하는 연속선음수(-) 극단에서 양수(+) 극단으로 가는 스펙트럼
중간 척도**'중간 강도'**를 의미. '보통이다'는 부적절할 수 있음.**'중립'**을 의미. '보통이다'는 자연스럽고 중요함.
대표 질문"얼마나 자주/많이/열심히 ~했습니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만족하십니까?"
대표 예시노력 정도, 사용 빈도, 스트레스 수준만족도, 동의 수준, 찬반 의견

척도는 연구의 목적을 담는 그릇과 같습니다. 어떤 그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담기는 내용물의 형태와 해석이 달라집니다. 이제 단극형과 양극형이라는 두 가지 그릇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셨으니, 어떤 질문이든 가장 적합한 그릇에 담아 명료하고 정확한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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