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지지로는 안 보이는 것들:
퓨리서치 2026 정치유형화 조사
퓨리서치센터가 2026년 6월 10일 아홉 번째 정치유형화(Political Typology) 보고서를 냈다. 141쪽짜리
문서인데, 미국 정치 지형을 읽는 자료로도 볼 만하고, 조사방법론 문서로도 읽을 거리가 많다. 특히 부록 B에 군집 생성 절차를 R 패키지 버전까지
적어 놓았다. 국내에서 유형화 조사를 설계할 때 참고할 만한 것이 여럿 있어 정리해 둔다.
1. 조사 개요
|
항목 |
내용 |
|
조사명 |
Beyond Red vs. Blue: The
Political Typolog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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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
2026년 6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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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시점 |
2025년 11월 17~30일 |
|
대상 |
미국 성인 10,357명 |
|
표본틀 |
American Trends Panel(ATP) Wave
183 |
|
조사 방법 |
온라인 자기기입 10,034명 + 전화면접 323명 |
|
언어 |
영어, 스페인어 |
|
실사기관 |
SSRS |
|
표본오차 |
±1.3%p (95% 신뢰수준) |
|
응답률 |
웨이브 응답률 92%(AAPOR RR1), 누적 응답률 3% |
|
인센티브 |
5~20달러(수표 또는 아마존·타깃·월마트 기프트코드), 접촉
난이도에 따라 차등 |
응답률 두 개를 나란히 적어 둔 것이 눈에 띈다. 11,258명을
표집해 10,357명이 응답했으니 웨이브 자체의 응답률은 92%다. 그러나 패널 모집 단계의 응답률(가중 12%), 가입 동의율(74%), 웨이브
시점까지 활동 패널로 남아 있는 비율(40%)을 곱하면 누적 응답률은 3%가 된다. 온라인 패널 조사에서 응답률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웨이브 응답률만 적으면 92%라는 숫자가 혼자 걸어 다니게 된다.
가중 벤치마크도 참고할 만하다. 2023년 ACS(연령, 연령×성,
교육×성, 교육×연령, 인종×교육/성/연령, 이민 관련, 센서스 지역×도시화), 2023년 CPS 자원봉사 보충조사(자원봉사 경험), 2025년
NPORS(인터넷 이용 빈도, 종교, 정당지지×인종, 정당지지×연령), 그리고 2024년 대선의 검증된 투표 여부와 후보 선택까지 넣는다. 가중치는
1분위와 99분위에서 절단한다.
응답 품질 점검으로 문항을 대량으로 비우거나 항상 첫 번째 또는
마지막 보기만 고른 응답자를 걸러 2명을 제거했다고 적어 놓았다. 1만 명 조사에서 2명이면 대단히 적은 수인데, 그럼에도 절차를 명시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
2. 아홉 개 집단
정당지지나 이념 자기평가가 아니라 30개 가치 문항 응답만으로
군집을 만들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집단 |
비율 |
사례수 |
표본오차 |
성격 |
|
No Apologies Right (사과하지 않는 우파) |
9% |
1,099 |
±3.8%p |
트럼프 전폭 지지, 강경 일변도, 남성 74% |
|
Faith First Conservatives (신앙 우선
보수) |
12% |
1,260 |
±3.7%p |
종교성 최고, 사회적 전통주의, 농촌 41% |
|
Unconventional Right (비정형 우파) |
12% |
1,124 |
±4.0%p |
이민·인종은 보수, 낙태·총기는 이탈, 젊고 저관여 |
|
Pragmatic and Polite Right (실용·정중
우파) |
11% |
1,341 |
±3.6%p |
최고령, 경제 보수·인종 온건, 정치적 예의 중시 |
|
Tuned-Out Middle (정치에서 멀어진 중간층) |
9% |
571 |
±5.4%p |
정치 무관심,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 인종 구성 가장 다양 |
|
Order and Opportunity Left (질서와
기회의 좌파) |
18% |
1,628 |
±3.3%p |
최대 집단, 경제 진보·치안 보수, 다인종 |
|
Left-Out Left (소외된 좌파) |
12% |
1,025 |
±4.2%p |
민주당 성향이나 정치 효능감 최저, 노동계급 65% |
|
Loyal Liberals (충성 리버럴) |
11% |
1,543 |
±3.2%p |
민주당 강한 일체감, 고학력, 제도 신뢰 높음 |
|
Leftward Progressives (좌향 진보) |
7% |
766 |
±4.5%p |
전 영역 최좌파, 최연소, 무종교 63%, LGBTQ
36% |
퓨리서치의 요약은 이렇다. 이념적으로 일관되고 정치 참여도가
높은 네 집단(우측 No Apologies Right·Faith First Conservatives 21%, 좌측 Leftward
Progressives·Loyal Liberals 17%)이 여론의 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이들을 다 합쳐도 38%다. 나머지 62%는 가치가 뒤섞인
집단들이다.
정당지지 구성
정당일체감을 투입 변수에서 뺐는데도 집단별 정당 구성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
집단 |
공화 |
공화 성향 |
무성향 |
민주 성향 |
민주 |
|
전체 |
28 |
18 |
6 |
22 |
27 |
|
No Apologies Right |
66 |
33 |
|
|
|
|
Faith First Conservatives |
66 |
29 |
3 |
|
|
|
Unconventional Right |
45 |
31 |
5 |
13 |
6 |
|
Pragmatic and Polite Right |
35 |
21 |
6 |
20 |
17 |
|
Tuned-Out Middle |
20 |
22 |
11 |
23 |
23 |
|
Order and Opportunity Left |
14 |
12 |
10 |
29 |
36 |
|
Left-Out Left |
3 |
12 |
11 |
38 |
36 |
|
Loyal Liberals |
|
|
|
30 |
67 |
|
Leftward Progressives |
|
|
|
40 |
56 |
두 집단은 사실상 전원 공화, 두 집단은 사실상 전원 민주다. 그런데 공화당 지지·성향층의 약 15%는 중도보다 왼쪽 집단에
배치됐고, 민주당 쪽에서도 비슷한 규모가 오른쪽 집단에 들어갔다. 정당 지지만 물어서는 보이지 않던 내부 이질성이 가치 문항으로 드러난 것이다.
3. 무엇이 각 진영 내부를 갈랐나
우파 내부
경제적 보수성은 네 우파 집단이 공유한다. 갈라지는 곳은 문화와 정치적 화법이다.
낙태를 전면 또는 대부분 불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Faith First Conservatives 83%, No
Apologies Right 73%인 반면 Pragmatic and Polite Right 46%, Unconventional Right
43%다. 미국이 기독교 신앙에 기반한 문화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은 Faith First Conservatives 82%, No
Apologies Right 68%이지만 나머지 모든 집단에서는 소수 의견이다.
화법 문항이 흥미롭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상대를 모욕할 때 좋다”는 응답이 No Apologies Right
53%, Faith First Conservatives 27%, Unconventional Right 28%, Pragmatic and
Polite Right 5%다. 같은 정책 위치에 있어도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면 다른 집단으로 갈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항이다.
트럼프 평가도 나뉜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No Apologies Right 90%, Faith First
Conservatives 81%인데 Unconventional Right 53%, Pragmatic and Polite Right 36%다. 지난
40년 최고의 대통령을 묻자 앞의 두 집단은 트럼프(63%, 52%)를, 뒤의 두 집단은 레이건을 꼽았다.
이민 정책도 우파를 가른다. 불법체류자 추방에 No Apologies Right 81%가 찬성하지만, Pragmatic
and Polite Right는 3분의 2가 합법화 경로를 지지한다.
좌파 내부
치안, 경제 인식, 성 정체성,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감정이 나눈다.
Order and Opportunity Left는 군과 경찰에 대한 신뢰가 다른 좌파 집단보다 높고, 폭력범죄를 큰 문제로
본다. 사진 신분증 투표 요구에 84%가 찬성하고, 성별은 출생 시 성으로 결정된다는 응답이 71%다. 스스로를 “권위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비율이 74%로 민주당 성향 집단 중 가장 높다.
Leftward Progressives는 미국 경제 체제가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92%(전체 51%)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응답이 66%(전체 17%), 10억 달러 이상의 개인 자산이 미국에 나쁘다는 응답이 82%(전체 30%)다.
주목할 것은 민주당에 대한 태도다. 민주당 호감도가 Loyal Liberals 77%, Leftward
Progressives 61%, Left-Out Left 52%다. “민주당이 나 같은 사람을 신경 쓴다”는 응답은 각각 48%, 33%,
20%다. 두 집단 모두 민주당에 냉담한데 이유가 다르다. Leftward Progressives는 민주당이 충분히 왼쪽으로 가지 않아서,
Left-Out Left는 정치 자체가 자신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Left-Out Left는 어느 정당도 자신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9%로 모든 집단 중 최고다. 최근 선거에서 자신과
견해가 비슷한 후보가 있었다는 응답이 53%로, 다른 집단(70% 이상)보다 크게 낮다. 투표가 자신 같은 사람에게 발언권을 준다고 보는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유일한 집단이기도 하다.
감정온도
|
집단 |
민주당 |
공화당 |
|
No Apologies Right |
9 |
72 |
|
Faith First Conservatives |
16 |
70 |
|
Unconventional Right |
30 |
56 |
|
Pragmatic and Polite Right |
41 |
48 |
|
Tuned-Out Middle |
41 |
42 |
|
Order and Opportunity Left |
35 |
55 |
|
Left-Out Left |
23 |
47 |
|
Loyal Liberals |
13 |
66 |
|
Leftward Progressives |
9 |
56 |
Order and Opportunity Left와 Left-Out Left의 공화당 온도가 47~55로 상당히 높다. 민주당
성향 집단인데도 그렇다. 이 숫자가 이 유형화의 실용적 함의를 가장 잘 보여준다.
4. 어떻게 만들었나
부록 B의 절차를 순서대로 옮긴다.
투입 변수
사회·정치 가치에 관한 30개 문항을 썼다. 정교분리, 기독교 문화의 중요성, 국경 안보, 난민 수용, 자본주의, 개인의 경제적
통제감, 다양성 정책의 공정성 효과, 기후변화, 총기 공개 휴대에 대한 편안함, they/them 대명사, 동성혼, 군사 초강대국 지위, 다른
나라의 대미 태도, 동맹 대 국익, 기업 규제, 정부 크기, 정치 관심도, 선출직의 출마 동기, 쉽게 상처받는 문제와 무례한 발언 문제, 개방성과
정체성, 노예제 유산, 정치인의 상대 모욕, 빈곤층 지원, 경제 불평등, 트랜스젠더 선수, 동맹의 부담 여부, 국제 문제 개입, 언어 사용의 배려,
다당제 희망.
이 목록을 훑어보면 문항 선정 원칙이 보인다. 정책 찬반보다 가치 성향을 묻고, 대상에 대한 태도만이 아니라 정치를 대하는
태도까지 넣었다. 정당지지, 이념 자기평가, 대통령 지지율, 투표 의향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온라인 유형화 퀴즈는 30개 중 24개만 쓴다. 일반인이 자기 유형을 확인하는 도구와 실제 군집 생성 모형을 분리한 것이다.
결측 처리
문항별 무응답이 22~198건 있었다. mice 패키지(3.18.0)의 예측평균매칭(predictive mean
matching)으로 다중대체해 10개 데이터셋을 만들고, 이 10개를 세로로 쌓아 군집 알고리즘에 넣었다. 한 응답자가 대체값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집단으로 분류되면 10개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골랐다. 7번은 Faith First, 3번은 No Apologies로 분류됐다면 70% 확률로
Faith First가 되는 방식이다.
리코딩과 표준화
5점 척도 12개 문항은 중간 보기와 양쪽 값 사이의 거리를 벌리는 리코딩을 했다. 척도 위에서 중간 응답과 한쪽으로 기운
응답의 차이를 크게 만들어, 방향성이 뚜렷한 응답에 더 큰 구분력을 주려는 처리다. 선출직 출마 동기 문항은 상위 3개 범주를 하나로 합쳤다.
그다음 모든 변수를 표준화했다. 평균을 빼고 표준편차로 나누는 방식인데, 문항별 영향력을 균등하게 만들고 소수 응답에 가중을
더 싣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군집 알고리즘
가중 medoid 군집화(weighted clustering around medoids)를 썼다. R 4.1.3에서
WeightedCluster 패키지 1.8.1이다. 2021년 유형화도 같은 방식이었고, 2017년 이전은 k-means였다.
k-means 대신 PAM 계열을 쓰는 이유는 중심점이 실제 응답자여서 해석이 쉽고, 이상값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가중치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도 조사 데이터에서는 중요하다.
군집 수는 여러 해법을 비교해 정했다. 기준은 세 가지로 적어 놓았다. 집단 내부가 충분히 응집적인가, 집단 간 구분이 충분한가,
분석에 쓸 만큼 크고 의미가 있는가. 통계 지표만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케이스 입력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각 모형을 여러 번 돌렸다. 최종 모형은 “통계적으로 견고하고, 내용적으로
설득력 있으며, 여러 모형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패턴을 대표한다고 판단해” 골랐다고 적었다.
저관여층 처리의 변화
1987년부터 2017년까지는 미등록·저관심층을 “Bystanders”라는 별도 집단으로 두고 분석에서 제외했다. 2026년에는
방식을 바꿨다. 군집 생성 자체는 등록유권자와 정부 소식을 자주 또는 가끔 챙겨보는 사람만으로 돌리고, 나머지는 만들어진 집단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사후 배정했다. 저관여층은 태도 패턴이 덜 일관돼서, 이들을 군집 생성에서 빼면 집단 간 구분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신 이들도
최종 분석에는 포함된다.
이 처리는 논쟁적이다. 군집을 만드는 표본과 결과를 적용하는 표본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형화의 목적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균열을 찾는 것”이라면 합리적 선택이지만, “전체 국민을 자연스러운 집단으로 나누는 것”이라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Tuned-Out Middle이 9%로 남아 있는 것은 이 사후 배정의 결과이기도 하다.
패널의 이점
유형화 조사를 패널에서 하는 두 번째다. 같은 응답자의 다른 웨이브 응답을 붙여 쓸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15개 웨이브 데이터를 연결했다.
|
웨이브 |
조사 시점 |
웨이브 |
조사 시점 |
|
W161 |
2025.1.27~2.2 |
W180 |
2025.9.22~28 |
|
W165 |
2025.3.10~16 |
W182 |
2025.10.20~26 |
|
W166 |
2025.3.24~30 |
W183 |
2025.11.17~30 |
|
W167 |
2025.4.7~13 |
W185 |
2026.1.20~26 |
|
W170 |
2025.5.5~11 |
W190 |
2026.3.23~29 |
|
W172 |
2025.6.2~8 |
W192 |
2026.4.20~26 |
|
W176 |
2025.8.4~10 |
|
|
|
W177 |
2025.8.18~24 |
|
|
|
W179 |
2025.9.8~14 |
|
|
여기에 상업용 유권자 명부와 매칭한 검증 투표 기록까지 붙였다. 30개 문항으로 만든 집단에 미디어 이용, 외교정책 태도,
실제 투표 여부를 붙여 볼 수 있으니, 유형화 자체의 타당성을 외부 변수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No Apologies Right의
2024년 투표율이 83%로 전 집단 최고이고 그중 99%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는 서술은 자기보고가 아니라 검증 자료다.
Pew가 스스로 밝힌
한계
부록 B에 이런 문장이 있다. 분석 과정의 여러 결정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같은 데이터라도 알고리즘, 변수 코딩
방식, 응답자 정렬 순서에 따라 다른 해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 설정으로 돌려 본 모형들이 서로 닮아 있고 공통 특징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유형화 조사에서 이 문장은 필수다. 군집분석 결과는 데이터에서 발견된 자연 집단이 아니라 분석자의 선택이 상당 부분 들어간
산물이다. 보고서에 이 한계가 없으면 언론은 “미국인은 아홉 부류로 나뉜다”고 쓰게 된다.
40년간의 변화
|
연도 |
방식 |
집단 수 |
|
1987 |
대면면접 |
11개(Bystanders 포함) |
|
1994~2017 |
전화조사 |
8~10개 |
|
2021 |
ATP 온라인 패널 |
9개 |
|
2026 |
ATP 온라인 패널 |
9개 |
집단 이름도 시대에 따라 바뀐다. 1987년의 Enterprisers, Moralists, New Dealers,
Partisan Poor에서 2021년 Progressive Left, Faith and Flag Conservatives를 거쳐 2026년 이름들로
왔다. 같은 조사를 40년 반복하면서도 집단 명칭을 계속 바꾼다는 것은, 이 조사가 고정된 분류틀을 유지하기보다 그때그때의 균열을 다시 찾는 쪽을
택했다는 뜻이다. 시계열 비교 가능성을 일부 포기한 선택이다.
5. 한국에서 한다면
국내 여론조사는 정당 지지, 이념 자기평가(진보-중도-보수),
대통령 국정지지율 정도로 유권자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다. 유형화 조사는 드물었고, 한 번씩 시도돼도 반복되지 않았다. Pew의 절차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지만 참고할 것은 많다.
표본 설계
집단당 최소 300~500명은 확보해야 집단 간 비교가 성립한다. 아홉 개 집단이면 전체 3,000명 이상, 가장 작은 집단이
5% 수준일 것을 감안하면 4,000~5,000명이 필요하다. 국내 발주 규모로는 부담스러운 수치다. 현실적으로는 집단 수를 5~6개로 줄이거나,
정기 조사 여러 회차를 누적해 유형화 전용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전화면접으로는 30개 가치 문항이 불가능에 가깝다. 모바일 웹조사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인데, 여기서도 30문항은 이탈 위험이
크다. 문항 수를 20개 안팎으로 줄이고, 한 화면에 3~4개씩 배치하며, 응답 소요 시간을 8분 이내로 관리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도입부 이탈률과
문항별 이탈 위치를 사전조사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문항 선정
미국 문항을 번역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 문화, 노예제 유산, 총기 공개 휴대, they/them 대명사는 한국에서 변별력이
없다. 한국의 가치 균열을 다시 찾아야 한다. 후보군을 적어 보면 이렇다.
대북·대미·대중 인식, 병역과 안보, 남녀 갈등과 성 역할, 세대 간 형평(연금, 정년, 채용), 부동산과 자산 격차, 복지
확대와 증세의 교환, 재벌과 대기업, 노동조합과 파업, 검찰·법원·언론에 대한 신뢰, 지역 균형, 이주노동자와 난민, 기후와 원전,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 정치적 화법과 팬덤, 다당제 선호.
여기에 Pew가 넣은 태도 문항의 발상을 옮길 만하다. 정책 찬반이 아니라 정치를 대하는 방식을 묻는 문항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상대를 모욕할 때 어떤가”, “선출직들은 왜 출마했다고 보는가”, “선택할 정당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가” 같은 문항은 정책 위치가 같은
사람들을 다시 나눠 준다. 한국 정치의 팬덤 현상을 다루기에 특히 유용해 보인다.
정당 지지, 이념 자기평가, 대통령 국정평가는 투입에서 빼야 한다. 이것들은 결과를 검증하는 외부 변수로 남겨 둬야 유형화가
설득력을 얻는다. 30개 가치 문항만으로 만든 집단이 정당 지지와 강하게 연결되면 그 자체가 발견이고, 연결이 약한 집단이 나오면 그것도 발견이다.
저관여층
한국은
미국보다 무당층과 정치 저관심층이 두껍다. 이들을 어떻게 다룰지가 국내 유형화의 최대 난제다. Pew의 2026년 방식, 즉 관심층으로 군집을
만들고 저관심층은 사후 배정하는 처리는 국내에도 쓸 만하다. 다만 사후 배정된 사람의 비중이 커지면 그 집단의 성격이 흐려지므로, 배정 전후 비율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또
하나. 국내 모바일 웹조사는 저관심층의 응답 확보 자체가 어렵다. 문자 발송에 응답하는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층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이 편향을 가중치로 다 잡기는 어렵고, 가능하면 정치 관심도 문항으로 사후층화하거나 별도 벤치마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검증
군집분석은
돌릴 때마다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다. 최소한 다음은 해야 한다. 시드와 케이스 순서를 바꿔 여러 번 반복하고, 집단 수를 달리한 해법을 나란히
비교하고, 표본을 절반으로 나눠 각각에서 유사한 구조가 나오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집단을 투입에 쓰지 않은 변수(정당 지지, 투표 이력,
미디어 이용, 인구 구성)로 프로파일링해 내용적 타당성을 본다.
반복
조사로 갈 계획이라면 문항 배터리를 고정해야 한다. Pew가 40년간 집단 이름을 바꾸면서도 상당수 가치 문항을 유지한 이유가 여기 있다.
활용
유형화
결과가 정치권에 주는 실용적 함의는 이런 것이다. 지지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 메시지는 그 안의 어느 하위 집단에도 정확히 닿지 않는다.
2026년 결과에서 Order and Opportunity Left는 민주당 성향이면서 치안과 국경 통제를 중시한다. 이 집단에 던지는 메시지와
Leftward Progressives에 던지는 메시지는 달라야 한다.
공공기관
정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 수용성 조사에서 찬반 비율만 보면 왜 반대하는지를 알 수 없다. 반대층 안에 가치 유형이 몇 가지나 있는지를
알면 대응 설계가 달라진다.
6. 정리
이 보고서에서 방법론적으로 가져갈 것을 다시 적으면 이렇다.
정당 지지를 투입에서 뺀 설계, 정책 태도와 정치적 화법을 함께 넣은
문항 구성, 다중대체 데이터 10개를 쌓아 군집화한 결측 처리, 척도 중간값의 거리를 조정한 리코딩, 저관여층을 군집 생성에서 빼고 사후 배정한
처리, 패널 여러 웨이브를 연결한 프로파일링, 그리고 “다른 해법도 가능하다”는 한계 명시.
원문은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고, 온라인 유형화 퀴즈도 함께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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