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의 여론조사: 우리는 왜 믿고 싶은 숫자만 고르게 되었나
6월 둘째 주에 나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57%, 부정은 33%였다. 같은 주 한국갤럽도 긍정 57%, 부정 35%로 거의 같았다. 그런데 한 주 뒤 리얼미터 집계에서는 잘함 46%, 잘못함 51%로 부정이 앞섰다. 정당 지지도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NBS는 더불어민주당 41% 대 국민의힘 25%, 갤럽은 41% 대 29%로 민주당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섰는데, 리얼미터에서는 민주당 40.1% 대 국민의힘 42.3%로 국민의힘이 역전한다.
세 조사 모두 "전국 만 18세 이상", "표본오차 ±3.1%포인트",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가중"이라는 같은 이력서를 달고 나왔다. 그런데 한쪽은 여당 우세, 다른 쪽은 야당 우세라는 정반대의 현실을 내놓는다.
숫자를 한 칸 더 열어 보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분명해진다. 민주당 지지율은 NBS 41%, 갤럽 41%, 리얼미터 40.1%로 세 조사가 사실상 같다. 벌어지는 건 국민의힘이다. 전화면접인 NBS와 갤럽에서는 25%, 29%인데 ARS인 리얼미터에서는 42.3%다. 13~17%포인트 차이가 거의 전부 국민의힘 한 정당에서 발생한다. 무당층 규모도 전화면접에서 21~24%, ARS에서 15% 안팎으로 갈린다.
이 차이를 만드는 변수는 조사방법 하나다. NBS와 갤럽은 면접원이 직접 묻는 전화면접이고 응답률이 각각 26.0%, 11.3%다. 리얼미터는 기계가 묻는 ARS이고 응답률이 3.3%다.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 3명이 끝까지 답한 표본과, 11명에서 26명이 답한 표본은 응답자 구성이 다르다. 정치 관심이 높고 답할 동기가 강한 사람일수록 ARS에 남는다. ARS에서 국민의힘과 적극 지지층 응답이 두껍게 잡히는 까닭이다.
시차 때문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리얼미터는 6월 셋째 주, 나머지 둘은 둘째 주 조사다. 그러나 한 주 사이에 국민의힘 지지가 13~17%포인트 실제로 뛰었다고 보긴 어렵다. 갤럽의 최근 6개월 추이에서 국민의힘은 줄곧 18~29% 안에 있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이 세 조사에서 나란히 40~41%로 멈춰 있다는 사실도 시차 설명과 맞지 않는다. 한 주가 흘렀어도 움직인 건 국민의힘 숫자뿐이고, 그 움직임은 조사방법 경계와 정확히 겹친다.
문제는 이 두 숫자가 모두 "여론조사"라는 같은 이름으로 유통된다는 데 있다. 여당에 우호적인 사람은 NBS와 갤럽을, 야당에 우호적인 사람은 리얼미터를 인용한다. 같은 달에 대통령 긍정 57%와 46%가 동시에 존재하니, 인용하는 쪽은 자기 진영에 유리한 숫자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 우세본과 국민의힘 우세본이 둘 다 손에 들려 있다. 조사방법의 차이가 정파별 무기고로 바뀐 셈이다. 헤드라인만 보는 시민에게는 매주 두 개의 대한민국이 번갈아 제시된다.
여기서 보통의 유권자는 어느 쪽이 맞는지 판별할 도구가 없다. 그래서 신뢰가 방법론이 아니라 정파성에 닻을 내린다. 믿을 만한 조사를 고르는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결과를 고른다. 이게 지금 여론조사 소비의 실제 모습이다.
왜 판별 도구가 사라졌나. 전화면접 진영이 그 닻을 내려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전화면접 쪽의 공개 발언은 대부분 ARS 비판에 쏠려 있었다. 응답률이 한 자릿수로 낮고 정치 고관심층이 과대 대표된다는 지적이다. 방법론으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갤럽도 홈페이지에서 정치 고관심층 위주 조사가 전체 여론을 왜곡한다고, 조사방법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비판은 절반의 일이다. 나머지 절반은 "그래서 우리 방식이 선거를 더 정확히 맞혔다"는 실증인데, 전화면접 진영은 이걸 누적해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갤럽은 평소 정당 지지도는 선거 예측이 아니라고, 표본오차보다 작은 변동에 의미를 두지 말라고 미리 선을 긋는다. 옳은 주의 사항이다. 하지만 ARS의 정확성을 문제 삼으면서 정작 자기 조사는 정확성 평가의 무대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그 비판은 공중에 뜬다. 시민이 보기엔 "당신들 방식이 더 맞다는 증거는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답이 없는 것이다.
전화면접이 늘 옳았던 것도 아니다. 같은 전화면접인 NBS와 갤럽에서도 국민의힘이 25%와 29%로 4%포인트 갈린다. 전화면접 내부에도 편차가 있고, 선거 적중 기록 역시 진영의 주장만큼 완결돼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실제 선거의 득표율과 사전 조사를 맞대어 본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 다만 그 점검을 공개적으로, 반복적으로 떠안은 쪽이 전화면접 진영이었느냐고 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해법은 또 한 번의 ARS 비판이 아니다. 자기 조사 결과를 선거 결과 앞에 반복해서 올려놓고 검증받는 일이다. 그 기록이 쌓여야 시민의 신뢰가 정파성 말고 닻을 내릴 곳이 생긴다. 그 자리를 비워 둔 채 상대 방식만 깎아내리는 동안, 유권자는 합리적으로 고르는 법을 잃고 믿고 싶은 숫자만 고르는 습관을 들였다. 지금의 여론조사 불신은 ARS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전화면접 진영이 메우지 않은 빈자리가 만든 것이다.
자료 출처
- 전국지표조사(NBS) 제182호, 2026년 6월 2주(6/8~10), 한국리서치·케이스탯리서치, 전화면접(통신사 가상번호), 응답률 26.0%, n=1,001
-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665호, 2026년 6월 2주(6/9~11), CATI(무선 가상번호), 응답률 11.3%, n=1,002
-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2026년 6월 3주(6/18~19), 무선 100% RDD ARS, 응답률 3.3%, n=1,001. 국정평가 수치는 정당지지도 교차표 base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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