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5일 목요일

유권자 양극화 시대의 전화조사, 6·3 지방선거가 드러낸 것

 

유권자 양극화 시대의 전화조사, 6·3 지방선거가 드러낸 것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익숙한 말이 다시 나왔다. “여론조사가 또 빗나갔다.” 서울시장처럼 끝까지 박빙으로 본 곳에서 예측이 어긋났고, 경남 같은 곳에서는 같은 시기 조사인데도 방식에 따라 두 자릿수 포인트씩 결과가 갈렸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조사들이 왜 이렇게 흔들렸을까.

표본을 더 키우면 되지 않느냐는 처방이 흔히 나온다. 그런데 유권자가 둘로 갈라지고 한쪽이 입을 닫는 상황에서는 표본을 늘려도 잘 맞지 않는다. 틀린 답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조사가 흔들리는 원인이몇 명한테 못 물었나가 아니라누가 대답을 피했나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먼저 그 원리를 간단한 그림으로 보이고, 그것이 6·3 지방선거의 전화조사 환경에서 왜 더 크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왜 단순한 처방으로는 풀기 어려운지를 정리한다.

같은 무응답, 다른 결과

간단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떤 도시의 유권자가 A 지지 50%, B 지지 50%로 정확히 반반이다. 조사 회사가 전화를 돌린다.

양쪽이 비슷하게 응답하는 평범한 상황이라면 받은 답도 대체로 반반이 된다. 조사 결과 50:50, 실제도 50:50. 잘 맞는다.

이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하자. B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내 생각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거나 모름이라고 답한다. A 지지자는 여전히 잘 응답한다. 전화를 건 사람 수는 똑같다. 그런데 실제로 답한 사람만 모아 보면 A가 부풀려진다. 받은 답이 A 62%, B 38%처럼 한쪽으로 쏠린다. 실제는 여전히 반반인데 조사는 A가 앞선다고 말한다. 사라진 12%포인트는 응답을 피한 쪽이 통계에서 빠지면서 생긴 착시다.

그림 1 | 실제 지지율이 50:50으로 같아도, B진영이 응답을 피하면 조사 결과가 12%포인트 어긋난다.

표본을 키워도 안 되는 이유

표본을 2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응답을 피하는 성향이 그대로라면 더 많은 A 지지자와 더 적은 B 지지자를 똑같은 비율로 더 모을 뿐이다. 같은 방향으로 틀린 숫자가 더 정밀해진다. 틀린 과녁을 더 촘촘히 맞히는 셈이다. 표본 크기는 우연한 흔들림은 줄여 주지만, 한쪽이 빠져서 생긴 치우침은 줄이지 못한다.

6·3 지방선거는 전화조사에 불리한 환경이었다

이번 선거는 이 함정이 유난히 깊어지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첫째, 상대를 선이 아니라 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런 구도에서는 한쪽 지지자가 자기 선택을 낯선 사람에게 밝히기를 꺼린다. 6·3 선거 분석에서도 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조사에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진단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이른바샤이 보수. 투표는 하되 조사에는 응하지 않거나 속내를 감추는 사람들이다.

둘째, 투표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높아서 생긴 문제도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61%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양쪽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했고, 한 정당에 일괄로 표를 몰아주던 줄투표가 줄면서 광역과 기초에서 서로 다른 당을 찍는 교차 투표가 늘었다. 결집과 교차가 함께 일어나면 조사로 잡아내야 할 그림이 그만큼 복잡해진다.

셋째, 그리고 이게 제일 중요한데, 전화조사는 응답률 자체가 매우 낮다. 최근 공개된 한 사례를 보면 같은 업체가 같은 기간에 돌린 조사인데도 전화면접 응답률은 10% 안팎, ARS 2% 안팎이었다.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 두세 명이 끝까지 답하는 구조다. 앞의 식으로 돌아가 보면, 편향은 무응답이 지지와 얼마나 엮였는가를 평균 응답확률로 나눈 값이다. 분모인 응답률이 이렇게 낮으면, 같은 정도의 치우침도 훨씬 큰 편향으로 부풀려진다.

그림 2 | 같은 무응답 쏠림이라도 응답률이 낮을수록 편향이 커진다. 전화면접( 10%) ARS( 2%)는 그 분모가 특히 작다.

그러니 응답률이 낮은 전화조사일수록, 어느 한쪽이 조금만 덜 응답해도 결과가 크게 흔들린다. 6·3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인 조사들이 서울·경남·전북 같은 승부처에서 빗나간 데에는 이 구조가 깔려 있다.

전화면접과 ARS, 둘 다 다른 방향으로 샌다

그러면 응답률이 조금 더 높은 전화면접을 믿으면 되지 않나싶을 수 있다. 그런데 두 방식은 각자 다른 쪽으로 샌다.

전화면접은 면접원과 직접 통화한다. 상대를 악으로 모는 분위기에서는 응답자가 면접원 앞에서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대신 중도층이나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끝까지 응답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가 여당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ARS는 기계음이 묻고 버튼으로 답한다. 익명성이 높아 속내를 덜 숨기지만, 끝까지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정치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들로 좁혀진다. 그래서 고관여층, 특히 결집한 보수층이 과하게 잡히기도 한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같은 시기 전화면접 조사가 한 후보의 두 자릿수 우세를 보인 반면, ARS 조사는 오차범위 안 접전으로 나왔다. 같은 유권자를 같은 주에 조사했는데 방식만 바꿨더니 그림이 달라진 것이다. 이럴 때 숫자만 봐서는 어느 쪽이 실제에 가까운지 가릴 수 없다. 두 방식 모두 자기 방향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가중을 줘도 다 못 잡는다

그러면 가중치로 보정하면 되지 않나싶을 것이다. 조사 회사는 성별·연령·지역 비율을 실제 인구에 맞춰 표본을 보정한다. 응답자 중 20대가 적게 나오면 20대 한 명의 답에 무게를 더 싣는 식이다.

문제는 이 보정이 인구 구성만 맞춘다는 데 있다. 같은 60대 안에서도 어느 진영 지지자가 더 많이 답했는지는 성·연령·지역 가중으로 되돌릴 수 없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60대니까 이쪽을 찍겠지같은 짐작이 깨진다. 그래서 인구 구성이 완벽하게 맞춰진 표본도 정치적으로는 한쪽으로 기운 채 남는다.

정당 지지나 과거 투표를 기준으로 가중을 더 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방향은 맞지만 함정이 있다. 그 기준이 되는진짜 분포를 우리는 모른다. 더구나 큰 선거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지지의 바탕 자체가 출렁인다. 잘못된 기준에 맞춰 무게를 실으면 편향을 줄이는 게 아니라 다른 편향을 새로 만든다. 선거 여론조사는 정해진 기준을 벗어난 보정에 제약도 많다.

단순한 처방이 안 통하는 이유

정리하면 이렇다.

    표본을 키운다: 우연한 흔들림만 줄 뿐, 한쪽이 빠져 생긴 치우침은 그대로 남는다.

    ·연령·지역 가중: 인구 구성은 맞추지만 성향 쏠림은 못 잡는다.

    정당 지지·과거 투표 가중: 기준 분포가 불확실해 과보정 위험이 있다.

    전화면접과 ARS를 섞는다: 두 방식이 공유하는전화를 받고 끝까지 답하는 사람만 잡힌다는 자기선택은 사라지지 않는다.

    투표할 사람만 추린다(투표 의향 보정): 지방선거는 투표율 예측 자체가 불확실해 또 다른 가정을 얹는 일이 된다.

어느 것도 단독으로는 무응답이 성향과 엮여 생긴 편향을 깨끗이 지우지 못한다.

무응답이 만드는 편향은 대략 이렇게 쓸 수 있다.

편향 ≈ Cov(응답확률, 지지후보) ÷ 평균 응답확률

응답확률과 지지가 따로 놀면(공분산이 0이면) 무응답이 아무리 많아도 편향은 작다. 양극화는 이 둘을 엮어 분자를 키우고, 낮은 응답률은 분모를 줄인다. 전화조사가 양극화 국면에서 특히 약한 이유가 이 한 줄에 들어 있다.

그러면 무엇을 봐야 하나

양극화가 심한 때의 여론조사는 숫자 하나로 읽으면 안 된다. 먼저 누가 빠졌을지를 의심하는 게 순서다. 응답률과 접촉률이 얼마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모름·무응답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한 조사의 한 숫자보다, 같은 시기 여러 조사가 그리는 분포와 그 분포가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은지를 보는 편이 안전하다.

방식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받고 끝까지 답하는 사람만 모이는 구조 안에서는, 어떤 보정을 얹어도 빠져나간 사람을 완전히 되살리기 어렵다. 전화라는 통로 밖에서 응답자를 모으는 방식까지 함께 견줘 봐야 그림이 덜 일그러진다. 표본이 크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한쪽이 조용히 빠져나가지 않았는지부터 묻는 것, 양극화 시대의 조사를 읽는 일은 거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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