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점, 6점, 10점? ‘중립’ 없는 척도, 무엇이 최선일까?

 

서론: ‘보통’이라는 안전지대 없는 세상, 짝수 척도의 세계

앞선 논의에서 우리는 5점 척도의 ‘보통이다’라는 중간점이 가진 포용성과 모호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연구자가 이 모호함을 용납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응답자들이 ‘보통’ 뒤에 숨어버리는 것을 막고, 그들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기울어져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싶을 때, 연구자는 의도적으로 중간점이 없는 ‘짝수 척도’라는 칼을 꺼내 듭니다.

4점, 6점, 10점 척도는 모두 이러한 ‘강제 선택’의 철학을 공유하지만, 응답자에게 제공하는 선택의 ‘정밀도(Granularity)’와 그에 따르는 ‘인지적 부담(Cognitive Load)’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마치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가장 빠른 직선 코스(4점), 조금 더 둘러가는 국도(6점), 그리고 모든 풍경을 다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길(10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1. 가장 단순한 강제 선택: 4점 척도의 명료함과 한계

4점 척도는 짝수 척도 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형태입니다. 보통 ‘매우 부정 - 부정 - 긍정 - 매우 긍정’의 2x2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 장점 - 명료함과 낮은 인지 부하: 4점 척도의 가장 큰 미덕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응답자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자신의 입장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 강도가 강한지 약한지만 선택하면 됩니다. 이 낮은 인지적 부담과 명료함은, 특히 집중력이 짧고 화면이 작은 모바일 환경에서 매우 강력한 장점이 됩니다. 응답 과정을 빠르고 쉽게 만들어 설문 이탈률을 낮춥니다.

  • 단점 - 부족한 정밀성: 하지만 이 단순함은 때로 단점이 됩니다. 4점 척도는 응답자의 미묘한 태도 차이를 담아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한 반대’와 ‘약한 반대’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사람, 혹은 ‘약한 찬성’과 ‘강한 찬성’ 사이의 미묘한 입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곳이 없습니다. 즉, 변별력이 다소 둔감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2. 조금 더 세밀한 강제 선택: 6점 척도의 정교함과 과제

6점 척도는 4점 척도의 부족한 정밀성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이는 부정과 긍정의 각 사이드에 ‘약간’, ‘보통’, ‘매우’와 같이 세 단계의 강도를 부여하는 형태입니다.

  • 장점 - 향상된 정밀성: 6점 척도는 응답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태도 강도를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4점 척도에서는 모두 ‘찬성’으로 뭉뚱그려졌을 사람들이, 6점 척도에서는 ‘약간 찬성’, ‘상당히 찬성’, ‘매우 찬성’ 등으로 나뉘면서 더 풍부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단점 - 높아진 인지 부하와 어휘의 모호함: 점의 개수가 늘어난 만큼, 응답자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특히, 각 점에 대한 어휘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2점과 3점의 차이’가 무엇인지, ‘4점과 5점의 차이’가 무엇인지 응답자마다 다르게 해석할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모바일 화면에서 6개의 버튼은 4개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시각적으로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점수로 표현하는 강제 선택: 10점 척도의 유용성과 위험성

10점 척도(1점~10점)는 중간에 해당하는 정수(5.5)가 없다는 점에서 짝수 척도의 특징을 가집니다. 이는 응답자에게 ‘라벨’을 고르기보다, 특정 개념에 대해 ‘점수’를 매기도록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 장점 - 최대의 정밀성과 통계적 유용성: 10개의 점을 제공하여 응답자의 태도를 매우 상세한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등간 척도’로 간주되어, 평균이나 표준편차 등 다양한 통계 분석을 적용하기에 매우 용이합니다.

  • 단점 - 극심한 주관성과 낮은 신뢰도: 10점 척도의 가장 큰 위험은 숫자의 의미가 극도로 주관적이라는 점입니다. ‘7점’이 어떤 사람에게는 ‘꽤 높은 점수’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점수’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응답자가 10개의 점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일관되게 구분하여 응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응답의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사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결론: 연구 목적에 따른 의도된 설계, 최적의 짝수 척도는?

결론적으로, 4점, 6점, 10점 척도 사이의 선택은 ‘단순 명료함’과 ‘세밀한 정교함’ 사이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에 있습니다.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목적과 응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 트레이드오프 속에서 가장 적절한 지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안합니다.

척도

이럴 때 사용하세요

핵심 장점

핵심 단점

4점 척도

- 모바일 서베이가 중심일 때
- 응답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
- 명확한 방향성만 확인하면 충분할 때

단순함, 명료함,
낮은 인지 부하

낮은 정밀도

6점 척도

- 조금 더 세밀한 태도 차이를 보고 싶을 때
- PC 기반 조사이며, 응답자가 주제에 관여도가 높을 때

향상된 정밀도

높아진 인지 부하

10점 척도

- 특정 지표(예: 충성도)를 ‘점수’로 측정하고자 할 때
- 통계적 분석의 용이성이 매우 중요할 때

최대의 정밀도

극심한 주관성

2025년의 최종 판결: 대부분의 조사가 모바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응답자의 시간과 인내심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 서베이 환경을 고려할 때, 중간점 없는 척도가 꼭 필요하다면 ‘4점 척도’가 가장 균형 잡히고 안정적인 선택일 경우가 많습니다. 6점 척도는 더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할 때의 차선책이 될 수 있으며, 10점 척도는 그 단점이 매우 명확하여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응답자에게 무리한 과업을 요구하기보다, 그들이 가장 쉽고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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