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1일 금요일

여론조사에도 미분과 적분이 숨어 있다

여론조사에도 미분과 적분이 숨어 있다

문과 출신 조사 실무자가 20년 만에 고등학교 수학을 다시 꺼내 보는 이유

나는 1997학번이다. 문과였지만 그때 교육과정에서는 문과도 수학II에서 미분과 적분을 배웠다. 다항함수를 미분하고 적분해서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꽤 풀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졸업 후 20년 가까이 여론조사 일을 하면서 미분 계산을 손으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얼마 전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그건 왜 배운 걸까. 답을 찾다 보니 결론이 좀 의외였다. 나는 미적분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쓰고 있었다. 다만 SPSS와 엑셀이 대신 계산해 주니까 눈에 안 보였을 뿐이다. 이 글은 그 숨은 자리를 찾아가는 기록이다. 수식은 거의 쓰지 않고 그림으로 설명해 보려 한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 단어를 다시 정의하면

교과서 정의를 잠시 내려놓고 조사 실무자의 말로 바꿔 보자. 미분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가"를 묻는 계산이다. 그래프로 치면 곡선 위 한 점에서의 기울기다. 적분은 "그렇게 변하는 양이 쌓이면 결국 얼마가 되는가"를 묻는 계산이다. 그래프로 치면 곡선 아래 넓이다.

적분이 넓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아래 그림을 보면 된다. 곡선 아래를 막대로 채우고 막대 넓이를 더하면 대략의 넓이가 나온다. 막대를 더 잘게 쪼갤수록 정확해지고, 무한히 잘게 쪼갠 극한이 적분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구분구적법이 바로 이것이다.

[그림 1] 막대를 잘게 쪼갤수록 곡선 아래 넓이에 가까워진다

이 두 가지 질문, 즉 변화의 속도와 쌓인 양은 조사 업무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나씩 보자.

±3.1%p는 어디서 왔는가

여론조사 보도문 끝에는 항상 이런 문장이 붙는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이 숫자를 한 번이라도 직접 계산해 본 사람은 1.96이라는 상수를 기억할 것이다. 1,000명이면 1.96 × √(0.25/1000) ≈ 0.031, 그래서 3.1%p.

문제는 그 1.96이 어디서 왔느냐다. 정답은 적분이다. 표본조사를 무한히 반복하면 결과값은 모집단 값 주변에 종 모양으로 분포한다. 이 종 모양 곡선에서 가운데 넓이가 정확히 0.95가 되는 구간을 찾으면 그 경계가 ±1.96σ. 95%라는 숫자는 확률이 아니라 넓이고, 넓이를 구하는 계산이 적분이다.

[그림 2] 95% 신뢰수준은 종 모양 곡선 아래 넓이 0.95를 뜻한다

정규분포 곡선의 적분은 초등함수로 풀리지 않아서 수치적으로 계산한 표를 쓴다. 통계학 교과서 뒤에 붙어 있는 표준정규분포표가 그 결과물이다. 우리가 외운 1.96은 그 표를 한 번 읽은 것이다.

표본을 늘리면 오차가 얼마나 줄까

견적을 낼 때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300명으로 하면 오차가 얼마고, 500명으로 늘리면 얼마나 좋아지나요?" 이 질문은 정확히 미분 질문이다. 오차한계는 표본 크기의 제곱근에 반비례해서 줄어드는데, 중요한 건 줄어드는 속도가 계속 느려진다는 것이다.

[그림 3] 표본 크기와 오차한계. 주황 접선의 기울기가 그 자리에서의 미분값이다

300명에서 100명을 더 늘리면 오차한계가 약 0.9%p 줄어든다. 그런데 1,000명에서 100명을 늘리면 0.15%p밖에 안 줄어든다. 같은 100명이고 같은 비용인데 효과는 여섯 배 차이다. 곡선의 기울기가 그만큼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 체감이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무에서 "1,000명이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는 근거가 사실 이 기울기다. 1,000명 이후로는 표본을 두 배로 늘려도 오차는 0.9%p 정도밖에 안 줄어든다. 그 돈이면 차라리 무응답을 줄이는 데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은, 곡선의 기울기를 읽은 결과다.

지지율 40%보다 중요한 것

트래킹 조사를 하다 보면 숫자 하나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운다. 아래 두 그래프는 둘 다 이번 주 지지율이 40%. 그런데 하나는 8주 동안 6%p 올라서 40%가 됐고, 다른 하나는 6%p 빠져서 40%가 됐다.

[그림 4] 같은 40%지만 기울기가 다르다

이번 주 값만 보면 두 후보는 같다. 기울기를 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다. A는 매주 0.75%p씩 오르고 있고, B는 매주 0.75%p씩 빠지고 있다. 기울기는 값의 미분이다. 언론이 "지지율 40%"라는 수준을 보도하고 캠프가 "추세"를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캠프는 미분값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한 발 더 나가면 기울기의 기울기, 2차 미분도 의미가 있다. 하락 속도가 줄어들고 있으면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고, 하락 속도가 커지고 있으면 아직 멀었다는 신호다. 그래프를 오래 본 사람은 이걸 감으로 읽는다. 감이 아니라 계산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문자를 보내고 나면

모바일 웹조사는 문자를 발송한 뒤 응답이 들어오는 속도가 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발송 직후 한두 시간에 응답이 몰리고, 이후 급격히 줄었다가, 저녁 시간대에 한 번 더 작은 봉우리가 생긴다. 이 시간당 유입 곡선이 왼쪽 그림이다.

[그림 5] 시간당 응답 유입(왼쪽)을 누적하면 누적 응답 수(오른쪽)가 된다

실사 담당자가 실제로 보는 화면은 오른쪽이다. 누적 응답 수가 얼마나 찼는지, 목표 1,000명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두 그림의 관계가 바로 미분과 적분이다. 왼쪽 곡선의 0시간부터 6시간까지 넓이가 오른쪽 그래프의 6시간 시점 값과 같다. 거꾸로 오른쪽 곡선의 기울기가 왼쪽 곡선의 높이다.

이 관계를 알면 추가 발송 판단이 쉬워진다. 오른쪽 곡선이 평평해지기 시작하면 왼쪽 유입이 거의 멈췄다는 뜻이고, 그때가 추가 발송이 필요한 시점이다. 발송량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응답률 5%를 기대하고 2만 건을 보낸다는 계산은, 유입 곡선 전체를 적분하면 1,000명이 된다는 계산과 같은 것이다.

SPSS가 대신 미분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림으로 보이는 미적분이었다. 진짜 많이 쓰이는 자리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다. 회귀분석, 로지스틱 회귀, 요인분석, 그리고 가중치 계산이다.

예를 들어 1,000명 중 400명이 어떤 후보를 지지했다고 하자. 모집단 지지율은 얼마로 추정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40%인데, 40%인지를 통계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모집단 지지율이 p일 때 1,000명 중 400명이 나올 확률을 p의 함수로 그리면 아래처럼 산 모양이 된다. 이 산의 꼭대기가 가장 그럴듯한 p이고, 꼭대기는 접선의 기울기가 0인 곳이다. 즉 미분해서 0이 되는 p를 찾는 것이다. 이것이 최대우도추정이다.

[그림 6] 우도함수의 꼭대기는 미분값이 0인 자리다

이 예시는 답이 뻔해서 미분이 필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로지스틱 회귀처럼 변수가 열 개쯤 되면 꼭대기를 눈으로 찾을 수 없다. 이때 통계 프로그램은 미분값을 계산해서 기울기가 0이 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반복 계산을 한다. 결과표에 찍히는 회귀계수는 전부 그렇게 나온 값이다. SPSS 출력물에 "Iteration"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그게 미분을 반복하고 있다는 뜻이다.

레이킹으로 가중치를 만들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별, 연령, 지역 분포가 모집단과 일치하도록 가중치를 조정하는 과정은, 표본 분포와 목표 분포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문제다. 최소화는 최대화와 같은 문제고, 그 도구는 다시 미분이다.

정리해 보면

조사 업무에서 미분과 적분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표로 모아 봤다.

조사 현장의 일

숨어 있는 계산

미분인가 적분인가

오차한계 ±3.1%p 계산

정규분포 곡선의 95% 구간 넓이

적분

표본 300명을 500명으로 늘릴지 결정

표본 크기에 따른 오차 감소 속도

미분

트래킹 조사에서 추세 판단

지지율의 주간 변화율

미분

실사 중 누적 응답 관리

시간당 응답 유입의 누적

적분

회귀분석, 로지스틱 회귀

우도함수의 최댓값 찾기(기울기 0)

미분

레이킹 가중치 산출

반복 계산으로 목표 분포에 수렴

미분(최적화)

평균, 기대값

값과 확률의 곱을 전부 더함

적분(이산형은 합)

 

표를 보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값을 구하는 일은 대체로 적분이고, 판단하는 일은 대체로 미분이다. 오차한계, 누적 응답, 평균은 쌓아서 나온 값이다. 표본을 더 늘릴지, 추세가 바뀌었는지, 어떤 계수가 가장 그럴듯한지는 기울기를 보고 내리는 판단이다.

그래서 배운 게 헛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미분 공식은 다 잊었다. 지금 시험을 보면 문과 97학번 평균에도 못 미칠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질문은 남았다. 지금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게 쌓이면 얼마가 되는가. 이 두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같은 결과표를 보고도 다른 것을 읽는다.

고등학교 수학이 미적분을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산 기술을 남기려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방식을 남기려는 것이다. 20년 뒤에 그 질문이 여론조사 실사 화면 앞에서 튀어나올 줄은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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