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ANES 40년 데이터로 본 정치적 이탈 편향
패널조사 2차 웨이브를 완료한 사람과 중도 이탈한 사람이 정치적으로 다르다면, 그 패널로 정치 태도의 변화를 추적하는 작업 전체가 흔들린다. 특히 양극화 시대에는 자연스러운 걱정이 하나 붙는다. 정치가 갈등 그 자체가 된 환경에서는 온건한 사람일수록 정치 조사를 회피하고, 남는 표본은 점점 극단화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지아 주립대의 Thornton과 Dejesus Lina가 Survey Practice에 발표한 이 논문은 그 걱정을 40년 치 데이터로 검증했다.
자료는 미국선거연구(ANES) 세 덩어리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선거 전·후 웨이브로 구성된 누적 파일, 그리고 선거 두 번을 가로지르는 2000~2004년 패널과 2016~2020년 패널이다. 종속변수는 2차 웨이브 완료 여부이고, 관심 변수는 두 계열로 나뉜다. 정치적 관여(선거 관심도, 투표 의향)와 정치적 극단성(정당일체감 강도, 이슈 태도 극단성, 양대 정당 감정온도계 차이로 잰 정서적 양극화)이다.
결과의 요지는 관여와 극단성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선거에 관심이 많고 투표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일관되게 2차 웨이브를 더 완료했고, 기권 의향자는 덜 완료했다. 여기까지는 주제 관심이 응답 참여를 끌어올린다는 기존 문헌 그대로다. 반면 극단성 쪽은 달랐다. 정당일체감 강도와 정서적 양극화는 완료 여부와 무관했고, 이슈 극단성은 오히려 완료와 음의 관계였다. 잔존 표본이 더 극단적인 사람들로 채워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 변화를 본 분석이 이 논문의 백미다. 각 변수에 연도를 교차시켜 보니, 정치 변수와 이탈의 관계는 강해지기는커녕 일관되게 약해져 왔다. 1980년대에는 강한 정당일체자가 2차 웨이브를 유의하게 더 완료했지만 그 관계는 시간이 가며 소멸했다. 엘리트 양극화가 꾸준히 심해진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의외의 대목이다. 4년 간격의 장기 패널 두 개를 비교해도 결론은 같아서, 극단성 변수들은 두 시기 모두 유의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유의한 시기 간 차이는 이슈 극단성의 음의 관계가 사라진 것뿐이었다.
물론 이 결과가 "패널 데이터의 양극화 걱정은 끝"을 뜻하지는 않는다. 저자들이 명시하듯 이 분석은 1차 웨이브에 이미 참여한 사람들 사이의 이탈만 다룬다. 애초에 누가 1차 조사에 응하는가라는 더 앞 단계의 선택은 이 설계로 볼 수 없고, 정치 변수와 이탈의 관계가 약해진 것도 그 관계가 초기 참여 단계로 옮겨갔기 때문일 가능성을 저자들 스스로 열어둔다. 잔존 표본이 더 관여적인 사람들로 기운다는 사실 자체는 여전하므로, 참여율이나 관심도 추정치는 패널에서 계속 부풀 것이다.
그래도 실무적 함의는 값지다. 선거 전·후 패널이나 다년 패널로 태도 변화를 추적할 때, 이탈 때문에 양극화가 과대 추정될 것이라는 걱정은 적어도 미국 자료에서는 근거가 약하다. 걱정해야 할 것은 극단성이 아니라 관여 편향이다. 국내에서도 선거 전·후 추적조사나 정례 패널을 돌릴 때 이탈 분석을 이 논문의 틀대로 해볼 만하다. 1차 웨이브 변수로 2차 완료를 예측하는 로지스틱 모형 하나면 되는 분석이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패널 데이터의 신뢰성을 발주처에 설명할 때 근거 자료가 된다.
소개한 논문
Thornton, J., & Dejesus Lina, S. (2026). The Politics of Survey Participation: Political Engagement, Polarization, and Panel Attrition 1980–2020. Survey Practice, 20. https://doi.org/10.29115/SP-2026-0014 (오픈액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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