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성, 연령...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
##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
과거: '정답'에 가까웠던 시절
과거 한국 사회,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정치 지형은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확했습니다.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바로 **'지역'**과 **'세대'**였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변수, 지역주의: '3김 시대'로 대표되는 당시 정치 환경에서 **"어느 지역 출신인가?"**는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90% 가까이 설명해 주는 절대적인 변수였습니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거대한 지역 블록 안에서 유권자들은 매우 동질적인 투표 성향을 보였습니다.
명확했던 세대 갈등: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386세대)의 경험과 가치관은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몇 살인가?"**라는 질문은 곧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정치적 경험을 공유했는지를 알려주는 강력한 지표였습니다.
이 시절에는 '지역'과 '연령'이라는 두 개의 큰 기둥이 여론 지형의 대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성별' 변수를 더한 '지역, 성, 연령' 3종 세트는,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당시 사회의 가장 중요한 균열(Cleavage)들을 대표할 수 있었기에 비교적 잘 들어맞았던 것입니다. 사회라는 방정식 자체가 단순했기에, 단순한 공식으로도 근사치의 답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오답'이 되어버린 이유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 사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변했습니다. 과거의 단순한 공식으로는 더 이상 풀 수 없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된 것입니다.
사회·정치적 다극화:
지역주의의 약화: 과거의 견고했던 지역 구도는 많이 약화되었고, 특히 수도권 인구가 팽창하며 특정 지역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유권자층이 거대해졌습니다.
세대의 파편화: '산업화 vs 민주화'라는 단순 구도는 이제 무의미합니다. 같은 20대 안에서도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전혀 다른 정치 집단이 되었고, 같은 40대라도 **'부동산을 가진 40대'와 '가지지 못한 40대'**의 생각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세대 내 분화가 세대 간 차이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입니다.
새로운 균열의 등장: 과거의 '지역', '세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새로운 균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가르고 있습니다.
계층/자산: 특히 부동산 소유 여부는 이제 지역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입장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 변수가 되었습니다.
이념: 스스로를 보수, 중도, 진보로 규정하는 이념 성향이 투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젠더: 특히 젊은 층에서는 젠더 갈등이 정치적 선택을 가르는 가장 첨예한 대립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 방법론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여론을 측정해야 할 대상인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해왔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이미 3차원 입체 도형처럼 변했는데, 여론조사는 여전히 2차원 평면도 수준의 낡은 자를 들이대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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