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일 목요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라는 '덫'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선거여론조사에서 전화조사 비중이 높은 나라이다. 거의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압도적 1위는 '따 놓은 당상'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리도 선거여론조사에서 전화조사 비중이 높은걸까?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표집틀인 '휴대전화 가상번호' 덕분(?)이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는 국내 통신 3사가 선거여론조사에 한해 목표 표본의 30배수까지 해당 조사 지역에 거주하는 만18세이상 유권자의 휴대전화번호를 가상번호 포맷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전화번호만 제공하지 않고 전화번호 옆에 성별, 연령대, 지역(읍면동)까지 제공해서 할당조사를 주로 하는 국내에서는 조사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전화조사 표집틀을 봐도 이리도 대표성이 높은 표집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던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도에도 슬슬 허점이 보이고 있다. 소위 알뜰폰으로 빠져나가는 번호를 제공하지 못하는 점과 더불어 2020년 총선, 2022년 지방선거, 2022년 대선 등 3번의 큰 선거 이후 가상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일명 '옵트 아웃' 유권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신3사가 옵트 아웃 규모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24년 총선에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로 전화조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응답율이 계속 낮아진다는 점이다. 30% 이상은 우습게 찍었던 NBS조사마저도 최근에는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가상번호는 아니지만 가장 오래된 한국갤럽의 정기조사 역시 최근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화조사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현재로서는 없다는 것이다. 만능 치트키를 자처하던 휴대전화 가상번호 외에는 전화조사에 있어 최근 몇 년간 조사방법론 차원에서 발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가상번호를 너무 믿었던 것이다.


  휴대전화 가상번호가 전화조사에 있어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이러한 측면에서 제기할 수 있는 전망인 것이다.